커피는 식어 가는데, 마실 줄 몰라요
#5. 익숙함과 풋풋함 사이
나의 시계는 틱톡 틱톡 잘도 돌아간다
건전지를 바꿔 줄 때가 되었는데도 오늘따라 시침 분침 초침까지 들리는 거 같다
그 소리에 집중할수록 시간은 가지 않는다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시계의 마음을 몰라서일까?
사랑에 빠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라는 걸 깨달으면서 왜 나는 고장 난 시계처럼 제자리인 걸까?
작은 오해로 사이가 틀어진 친구,
홀로 장사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
머리가 똑똑해서 명문대를 다니지만 학비문제로 고민하는 동생,
오늘의 새벽부터 내일의 새벽까지 고시공부와 줄다리기 중인 나
문득 '수능 만점자가 풀 수도 없는 문제를 내가 고민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 푸석한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이제야 연애하는 여자 같구나' 싶다
바리스타인 그와 만나면서 제일 향기로운 건 매일 그가 내려주는 커피를 텀블러 가득 담아 책상 앞에 놓아두는 것이다
뚜껑을 열자마자 도서관 A열에서 Z열까지 그의 커피 향이 가득하다
하지만 내 코끝에 그의 향기가 닿을 때마다 간지럽고 부드럽고 따뜻해서 보고 싶어 미치겠다
다행인 것은 '상사병'에 걸리진 않아서 몇 분 후 나의 책장을 한 페이지씩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나와의 싸움을 끝마치며 밤 10시가 되어서야 도서관 문 밖을 나선다
하... 겨울바람이 시원하다
아마 오늘의 공부를 끝마쳤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바람마저 이렇게 나의 편이 되어주나 보다
그가 가게문을 나서서 나에게로 오는 길까지 마중 나가야겠다
찬 바람을 맞으면 복숭아처럼 볼이 빨개지는 나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하루 종일 이 시간을 기다려왔던 내 마음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익숙한 도서관 바깥세상은 풋풋함이 넘친다
익숙함과 풋풋함 사이에 서 있던 나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흔들어댄다
"안녕?" 인사말도 필요 없다.
강아지 꼬리처럼 흔들어대는 손과 환하게 웃는 얼굴이 나의 인사다. 그도 그렇다
"추웠지?"
"아니, 하나도"
"배고팠지? 이거 먹어"
"고마워. 같이 먹자"
이제 알 것 같다
세상에 건전지가 없어도 고장 나지 않는 시계, 배꼽시계
그 시계에게 사랑이 있기에 배고프지 않는다는 걸,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누군가가 끊임없이 지켜주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에게도 그에게도 생겼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