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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나이를 묻지 마세요

by 생쥐양

내가 좋아하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은 존재하진 않지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영웅들이다

위험한 상황, 위험이 예측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용기와 재능은

늘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상상을 즐겨하던 나는

"저렇게 힘도 세고 악당도 쉽게 물리치고 위험한 곳도 잘 올라가는걸 보니, 30대쯤 됐을거야."

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의 10대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만을 성경처럼 믿고 따랐으며

20대는 연애와 취업,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느라 하루가 짧았고

30대는 안전한 직장, '실패없는 사랑의 종착역' 결혼까지 해내고 아이까지 키우다 보니 조금씩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기 떄문이다


얼마 전, 혼자서 마트를 가던 길에 연인사이로 보이는 두 남녀가 다투고 있었다

약간의 욕설과 실랑이가 있는 정도였다

그 길을 지나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경쓰지 않으려던 찰나 "내가 죽어야 끝나는거야? 칼도 있다며?"하는 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너무 큰 목소리로 울부짖듯이 애기해서 그 여자의 긴박한 사정을 누구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 여자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아니, 도와줄 방법을 몰랐을 것이다.

사실 나도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하고,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측이 안되기에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 속 '작은영웅'은 여자분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낀 그녀는 나를 포함한 주변사람들에게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사람들이 "무슨 일이래?"라며 모여들자 남자는 갑자기 도망가버렸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 우리는, 그녀를 구한 작은 영웅들이었다


가끔 TV를 통해 '지하철에서 떨어진 승객 구하는 용감한 시민', '고속도로 뒤집힌 차량, 시민들 달려들어 구조', '차량 화재 속 노인 구한 청년들' 등 수많은 영웅들을 보게 된다

이 세상에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존재하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한 건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4살 남자아이가 하루 종일 악당을 물리친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입에서 "거품 발사"를 외칠때에는

"가만히 좀 있어!"라고 말하는 대신

"이 나라에 영웅이 될 인물이네" 하며 안아줘 보는 건 어떤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언제' 영웅이 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영웅의 나이를 묻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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