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간격

by 류완



그을린 얼굴은

세월을 떨구고

틈새에 밖힌 먼지는

깊이 들어와 하나가 된다


반듯하게 깎여

선이 곧은 너는 다르다

하얀 낯빛도 그럴싸 한데

빈 틈 없는 직선은

불편함이 없다


새것이라도

벽을 타고 넘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지나간 곳은 세월이다

시간으로 쌓은 비탈길이다

발걸음은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높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평범한 동네 입구의 돌쩌귀 길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탈길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길 위에는

제법 최근에 쌓아 올린 돌담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시간의 차이를 담고자 했습니다.

같은 공간 하나의 프레임에 담긴 시간의 간격이 제법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생각해보니 돌은 모두 태고적부터 존재했을 텐데

기껏해야 수 십 년 먼저 다듬어졌다고

오래된 흔적이라 여기는 마음이 얼마나 우스울까요?

불과 10년 전 일을 오래된 기억이라 말하지만

돌은 이 땅을 돌고 돌아 그 속을 채우기만 수 천년, 수 만년,

그 단단함에 이유가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백 년을 채우기도 버거운 삶

나는 그저 잠시 왔다 사라지는 존재일 뿐

이 땅의 주인이라 생각하며 사는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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