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머문다
선명히 남은
너의 뒷모습
흐릿하게 남은
그날의 기억
너는 그 순간
어떤 세상을
그리고 있었을까
빛바랜 사진 훑으며
기억의 조각을 맞춰본다
너는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기억은 가고 없지만
먼지 쌓인 사진 한 장
가슴에 남았다
앙드레 가뇽(Andre gagnon)의 빛바랜 사진(Photo Jaunie)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색이 바랜 오래된 사진이 떠오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성은 특별합니다.
한 순간의 기록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림처럼 변해갑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흐릿해져 가는 사진 속 추억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QCaJHJHVuw&ab_channel=ANDREGAGNON-Topic
디지털의 시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전해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의 시대에도 사진의 추억까지 생생하게 남겨주지 않습니다.
디지털의 시대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 디지털 사진에는 오래된 감성이 느껴집니다.
낮은 화소, 거친 감도, 흐릿 한 질감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사진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모니터의 기술과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그 시절 그 화소는 점점 더 사진을 작게 만듭니다.
사진 속 기억이 떠오를까 조심스럽게 그날의 감정을 글로 적어봅니다.
글을 쓰며 한 컷의 장면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뷰파인더에 눈동자를 밀어 넣고 피사체를 바라보던 순간의 감정을 떠올립니다.
온전한 기억일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의 모든 기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다른 감정으로 남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10년이 흐르면 다른 감정으로 남지 않을까요?
사진을 열심히 찍던 시절에는 이미지가 가장 직관적인 기억의 매개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글이, 문장이, 단어가 더 또렷한 기억을 남겨 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과 글이 함께라면 더 확실한 기억을 전해 주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사진을 뒤적이다 느낌이 좋으면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도 오래된 사진 한 장에 떠오르는 감정을 남깁니다.
그날과 오늘의 기분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날의 감정을 추억합니다.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소중하지 않은 순간들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진 속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시간도 무엇으로든 남겨보세요.
잠시 머문 흔적일지라도 그날의 평범했던 기록이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가슴 벅찬 감동으로 찾아올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