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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19. 2023

사진 속 기억


2005년 가을 어느 날



오래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머문다


선명히 남은

너의 뒷모습

흐릿하게 남은

그날의 기억


너는 그 순간

어떤 세상을

그리고 있었을까


빛바랜 사진 훑으며

기억의 조각을 맞춰본다


너는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기억은 가고 없지만

먼지 쌓인 사진 한 장

가슴에 남았다






앙드레 가뇽(Andre gagnon)의 빛바랜 사진(Photo Jaunie)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색이 바랜 오래된 사진이 떠오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성은 특별합니다.

한 순간의 기록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림처럼 변해갑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흐릿해져 가는 사진 속 추억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QCaJHJHVuw&ab_channel=ANDREGAGNON-Topic



디지털의 시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전해주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의 시대에도 사진의 추억까지 생생하게 남겨주지 않습니다.


디지털의 시대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 디지털 사진에는 오래된 감성이 느껴집니다. 

낮은 화소, 거친 감도, 흐릿 한 질감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사진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모니터의 기술과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그 시절 그 화소는 점점 더 사진을 작게 만듭니다.


사진 속 기억이 떠오를까 조심스럽게 그날의 감정을 글로 적어봅니다.

글을 쓰며 한 컷의 장면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뷰파인더에 눈동자를 밀어 넣고 피사체를 바라보던 순간의 감정을 떠올립니다.


온전한 기억일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의 모든 기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다른 감정으로 남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10년이 흐르면 다른 감정으로 남지 않을까요?


사진을 열심히 찍던 시절에는 이미지가 가장 직관적인 기억의 매개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글이, 문장이, 단어가 더 또렷한 기억을 남겨 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과 글이 함께라면 더 확실한 기억을 전해 주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사진을 뒤적이다 느낌이 좋으면 기록을 남깁니다.

오늘도 오래된 사진 한 장에 떠오르는 감정을 남깁니다.

그날과 오늘의 기분은 다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날의 감정을 추억합니다.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소중하지 않은 순간들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진 속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당신의 시간도 무엇으로든 남겨보세요.

잠시 머문 흔적일지라도 그날의 평범했던 기록이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가슴 벅찬 감동으로 찾아올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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