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그늘을 지우는
낮은 빛줄기
은은히 퍼지는 바닥의 햇살이
잠자는 먼지를 흔들어 깨운다
언제부터였을까?
창문 가득 채운 햇살
훈훈한 온기로 가득했던 그곳에
시나브로 길어진 그늘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어깨를 감싼다
어둠이 공간을 채우면
비로소 보이지 않던 세상이 들린다
길 건너 그리운 이를 부르는
소리가 보인다
창문너머 세상은
제법 소란스러울진대
방 안의 세상은 고요하며
나는 여기에 있다
두려운 마음과
그리움으로
머물러 있다
창문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창문이 멋진 건물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하고, 다닐 수 있다면 들어가 보곤 합니다.
창문의 매력은 안에서 보는 창 밖의 풍경과 밖에서 보는 창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창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면
안에서 볼 때는 창문으로 보는 바깥의 풍경이 예술이 됩니다.
통창으로 넓게 뚫린 카페도 좋아하지만 독특한 크기와 모양의
창문을 보면 호기심에 이끌려 관찰하거나 사진으로 남기곤 합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생각보다 밝습니다.
어린 시절 전기가 끊겨 온 동네가 어둠으로 가득찼을 때,
초를 찾는 동안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 빛 아래 모여 두려움을 떨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멋진 창문을 찾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은은한 조명과 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살이 운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창 밖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멋진 풍경, 아니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어 주는 주인공입니다.
창문너머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영화의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그곳에는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인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도 이곳을 나서면 누군가에게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일까요?
마음에 창문하나 두었음 하는 마음입니다.
언제나 나를 비추어 보며 때때로 응원하고 다독이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임을 잊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