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이 굽이쳐도
바위틈에서 자란
풀 한 포기는
두려움이 없다
튀는 강물에
몸을 적시고
햇살을 품은 힘으로
대지를 움켜쥔다
시간이 흐르면
너의 가는 줄기도
푸르른 잎 떨구고
물살에 몸을 맡겨
먼 곳으로 여행하겠지?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닿을 곳은
넓은 강
더 큰 바다
꿈에 그리던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추위가 지겹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언제였나 싶네요.
지구가 더워져서 그런지, 난방시설이 좋아져서 그런지 겨울은 그럭저럭 지내지만
여름만 되면 무더위가 지겹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땐 삼복더위에도 운동장에서 공 차고 뛰어놀던 강철 체력이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여름 나기가 조금씩 버겁게 느껴집니다.
시원한 곳을 찾거나 에어컨을 켜는 시간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나 이번 여름에는 감기까지 걸렸습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저는 개만도 못한......
입춘이 지나고 말복이 지나고 달력 한 장만 넘기면 추석이 기다립니다.
가만히 기다려도 무더위는 기억 상실을 체험하듯 사라질 것입니다.
시간은 언제나 흐릅니다.
흐르는 시간 뒤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나간 흔적은 그리움으로 채워가곤 했지요.
이제는 채워도 남는 빈자리가 많이 보입니다.
나의 시간도 넓은 강어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굽이치는 파도와 출렁이는 거친 물살은 다시 만날 수 없겠지요?
지금은 잔잔히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고 흐르진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내가 닿을 곳을 기대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나는 내일을 소망하며
오늘 더 따뜻하게 살겠습니다.
넓은 강, 더 큰 바다에 닿으면
나는 당신의 소망과 만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환한 미소로 서로의 꿈을 응원합시다.
무던히 흐르는 우리의 시간은
모두의 꿈, 모두의 희망이 닿는 곳에서
잔잔한 위로와 연민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