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1년이 흘렀습니다.
작년 6월 16일에 첫 번째 글을 발행한 이후로
대략 90여 개의 글을 발행했으니 그동안 주 1회 이상의 글을 발행한 셈이네요.
스스로에게 대견하다 위로와 칭찬을 남겨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한 목표가 없이 시작한 브런치였습니다.
불면증과 공황장애로 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던 시기에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글쓰기였습니다.
다행히 아내는 브런치라는 곳에 내 이야기를 써 보라고 추천해 주고서는
잃어버린 우산처럼 한 번도 들어와 보질 않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덕분에 맘 놓고 아내 흉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른 척해 주는 거겠지요?
마음 놓고 털어놓을 공간을 만들어주는 아내의 배려심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1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사 줄까 멋진 선물을 사줄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물론 나는 아무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달라고 조르면 들어와서 몰래 보는 거고
아무 말 없으면 내가 브런치를 하고 있는지도 까먹은 게 분명합니다.
('아무 말 없을 거다'에 내 전 재산 8천7백원과 손목에 붙인 파스를 겁니다.)
브런치의 생리를 전혀 모르던 초짜에게 늘어나는 라이킷,
조회수, 구독자 수는 신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스스로 그 숫자에 갇혀 글을 읽고 쓰는 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한 두 번 정도 글쓰기의 부침을 겪은 후에 조금씩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생각보다 부담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분들 사이에서 글을 나눈 다는 일이 제법 고민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글 쓰기와 읽기에 집중하면서
보여주기 위한 글 쓰기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 라이킷, 조회수도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 구독자 수도 알지 못합니다.
브런치에 들어오면, 글쓰기, 서랍, 브런치 나우와 피드만 들어가다 보니
구독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일도 없습니다.
어쩌다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다 하단의 구독자 수를 보게 되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깜짝 놀란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숫자는 오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뼈 속까지 문과 출신의 긍정적 효과입니다.
좋은 분들도 참 많이 만났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오지랖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남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저런 자신의 삶도 나누면서
감동의 고백과 깊이 있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 걸까요?
저는 좋아요도 몰래몰래 조심스럽게 누르는 속 좁은 토끼띠입니다.
댓글은 몇 번을 쓰다가 혹시 실례가 될까 봐 지운 적도 많습니다.
아무튼 저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여러 분들 덕분에 저는 공황장애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실은 약이 잘 들어서 그렇습니다. 힘들면 그냥 병원 가세요.)
오래간만에 짧지 않은 일기, 하루의 고백을 남겨 봅니다.
저는 사실 진지한 이야기보다 이런저런 농담을 더 좋아합니다.
한 때는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는데, 우울증을 토로하고 나서는 진지하고 말수가 줄었습니다.
감정의 기복도 심해지더라구요. 사춘기때도 이런 감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루는 가족들과 유쾌한 저녁을 보내고 나서는 혼자 멍하니 앉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밤을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날은 freegarden님의 일곱 번째 글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죽음의 선고를 받아 든 고백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한 없이 울었던 그날,
나는 브런치를 계속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무계획의 계획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나누고, 이야기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어차피 평생 쓸 글도 아닌데 시간과 여백을 정해 두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얻어걸리면 좋은 친구도 사귀고, 밥도 얻어먹고, 누군가 메일도 보내 주시겠지요.
아~ 애용님인가 지금은 탈퇴하시고 다른 닉네임을 쓰시는 분인데
이상한 이모티콘을 선물로 보내 주셨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며 도대체 이런 걸 누구한테 보내야 하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었네요.
실험삼아 아내에게 보내 보았는데 쓸데없이 이런데 돈 쓰지 말라고 타박만 받았습니다.
제~~ 발 이런 분은~~~~
더욱 감사합니다.
보내 주신 이모티콘, 함께 즐겨요....
1주년을 자축하며 브런치 운영진에 몇 가지만 건의를 하고 싶은 부분을 적어봅니다.
첫째, PC에서 댓글에 대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노인네에게는 스마트 폰 문자로만 댓글에 답장을 남길 수 있는 건 곤혹입니다.
둘째, 브런치를 열심히 하려고 키보드가 달린 태블릿을 샀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화면 전환이 안되더라고요.
가로화면으로는 글을 쓸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돈만 날리고 태블릿은 막내딸에게 빼앗겼습니다.
신제품이 나오기 전에 개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선이 되야 사달라고 조를 수가 있습니다.
셋째, 조회수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제 글이 다음 포털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서너 분이라도 내 글에 들어와 진지하게 읽어 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소중합니다.
포털 사이트로 들어오는 무수한 숫자 속의 무관심한 조회수는 부담감만 들 뿐입니다.
(사실은 혹시나 제 과거를 아는 사람들이 글을 보게 되기라도 할까봐 두려움이......)
죽어가는 글이 아닌 심장 박동이 느껴지는 글이고 싶습니다.
1년 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불편 사항이었습니다.
개선해 주셔도 되지만 개발자 분들도 밥먹고 잠도 자고 해야겠지요?
알아서 천천히 신경 써 주시면 고맙고 안되도 괜찮습니다.
1주년 기념 푸념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르기 까지의 과정 속에서
설레는 마음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감정도 자주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금단증세를 느끼는 환자마냥 손가락을 부르르 떨어가면서
하얀 화면에 회색의 문자들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담대하고 과감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오는 기분이 듭니다.
절제하지 못하는 욕심 때문인지, 나를 풀어 놓는 자유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 안의 가면을 조금씩 벗어가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내기에 당당해져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언젠가 스스로 답 할 날이 있겠지요?
나의 글에 담긴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수고하시는 브런치 관계자님, 제 글과 함께해 주시는 소중한 친구님들,
그리고 글의 소재가 되어 주는 마누라, 아이들, 그리고 친구들과 동네 꽃과 나무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날씨가 더워집니다.
처음 글을 쓸 때도 땀을 쏟아가며 썼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내년에도 2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만,
모두 무사히 힘든 계절을 이겨내시고
멋진 글과 그림으로 오래오래 만나기를 수줍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