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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Aug 19. 2021

기침을 하면서 글을 쓰는 새벽


새로 약을 받았습니다. 

잠이 빨리 들지 않는다고 했더니 정신과 선생님이

약을 하나 더 추가해주셨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빨리 잠에 들겠다는 희망으로 약과 함께

물 한 컵을 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러나 호기롭게 삼킨 약이 기도를 막은 건지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먹은 걸 다 토해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토해 내고도 한쪽 가슴이 저려오면서 기침이 멈추질 않습니다.

누구를 깨울 수도 없는 시간,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다시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서를 남긴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여기까지 쓰다 보니

혹시 잘 못 될까 봐 마지막 인사라도 남겨야겠네요.

사랑하는 독자님, 우연찮게라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비상금으로 모아 둔 45만 원은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정말로 달라고 하시면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1년을 넘게 먹고 있는 수면제인데 오늘따라 왜 이러나 싶어 살펴봤더니

잠에 들기 전에 먹어야 하는 약이 여섯 알이 되었네요.

1년 전에는 스틸녹스 반알을 먹고도 잠이 들었었는데

사는 것보다 잠드는 일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약을 늘려도

이렇게 의도치 않게 또다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먹고, 자고, 싸고만 잘해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물론 나는 저 세 가지가 가장 어려운 사람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생각보다 평범한 질병이기는 합니다.

위장장애, 불면증, 과민성 대장 증상은 정말 흔하디 흔한 질환입니다.


며칠 전, 글을 쓰면서 알게 된 마음 깊이 간직한 동생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많이 아픈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마음과 솔직한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하는 친구입니다. 

꿋꿋이 견디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는

그리 평온하지 않은 삶의 고백을 답장으로 보냈습니다.


"빨리 죽고 싶어요."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와 응원을 보내고 있었지만

삶은 좀처럼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꼭 내가 바라는 마음의 반대로 누군가 조종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 메일을 받고 나서 나는 더욱 더 살고 싶어 졌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아서도 아니고 그녀가 불쌍해서도 아닙니다.

살면서 그녀를 위해 더 힘껏 기도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녀의 삶이 나에게 깊은 감동을 남긴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미소 하나 남기고 싶어 졌습니다.






늦은 새벽입니다.


아직은 낮이 길다 보니 조금만 있으면 태양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전에 잠이 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에는 반드시 기도하고 기억하겠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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