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종 장편소설
브런치 구독자 분께서 책을 내셨습니다.
소설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조금씩 허구의 글쓰기에 호기심이 가는 요즘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제목을 검색하고 구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48시간 뒤에 책이 두 손에 쥐어졌습니다.
편안하게 의자에 기대어 읽기 시작한 책은 4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한 권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은 하나입니다.
책의 제목인 '타운 하우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타운 하우스가 어떤 주거 공간인지 잘 몰랐습니다.
타운 하우스라는 이름의 연립주택 같은 공간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타운 하우스라는 주거 공간은 매우 특별하고 독립된,
그렇지만 가까운 이들에게는 더욱 소통하기 쉽고 열린 공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부동산 관련 소설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매매 수요가 전혀 없는 인기 없는 타운 하우스를
정신 나간 젊은 청년이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주하게 되는 첫 장면 외에는
부동산 시세나 투자에 관한 자잘한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소설은 타운 하우스 안에서 일어나는 만남, 그리고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타운 하우스는 공간만을 제공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사람, 그리고 음악입니다.
주인공은 30대 중반, 늦은 청년입니다.
애매한 시기입니다.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려는 시점에서 청년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다른 꿈을 꾸고 삶을 바꾸어 보려는 욕망이 마음속에서는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단 하나의 선택, 주거 공간의 이전을 통해
유명했던 밴드의 리더를 만나면서 180도 달라진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불편함과 억지가 이어 붙어 정신없이 뒤섞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려지는 공간이 하나이니 그 안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관계의 난해함은
저절로 정리되면서 이야기를 놓치지 않게 도와줍니다.
판타지 같은 이야기입니다.
옆 집에 연예인이 사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와 며칠 만에 가까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니 더욱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그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처럼 엮어 냅니다.
판타지는 내가 꿈꾸는 이야기처럼 펼쳐지면서 그의 말도 안 되는 도전에
간절한 응원과 해피 엔딩을 염원하게 만듭니다.
타운 하우스가 공간으로서 이야기를 이끄는 매개체라면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은 음악입니다.
과거 유명한 밴드의 리더였던 연예인의 음악을 따라갑니다.
그가 만든 노래의 가사는 자신의 이야기이자 사랑의 고백입니다.
소설에는 노랫말이 제법 길게 이어집니다.
이렇게 분량을 뽑아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주인공을 시인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반, 시 반으로 300페이지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야심 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 노래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머리가 나빠 해석이 잘 안 되는 영어 가사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말로 된 가사만 따라가도 등장인물의 애타는 고백이 느껴집니다.
원래 노랫말이라는 게 그런 거지요.
유명한 노래의 가사들 모두 창작자의 삶이 담겨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노르웨이의 노벨 위원회가 팝 뮤지션, 밥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겠습니까.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수록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친구들 모두 자신의 영역 안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보컬을 맡았던 친구는 여전히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나름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름 있다고 자랑하지만 만날 때마다 놀림을 받습니다.
되도 않는 존 레넌 스타일 좀 버리라고 친구들 모두 입을 모아 성토합니다.
아직도 말 안 듣는 걸 보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친구인가 봅니다.
소설 속 연예인과 닮은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유명하지 않다는 점만 빼고요.
전혀 좋아하지 않았던 소설을 중년이 되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우리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뒤늦게 배워갑니다.
이 소설 안에도 박희종 작가님의 은밀한 이야기가 숨어 있겠지요.
그래서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짧게 소설을 써 본 적이 있습니다.
브런치에 단편 소설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읽다 보면 부끄럽지만 그 속에는 나만의 은밀한 고백이 숨겨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너무 빨리 읽어버린 건 아닌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다시 책을 받을 수 있다면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내 삶의 복잡한 생각들이 이야기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소망이 인생의 굴곡에 걸려 좀처럼 넘기기 어려운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희망이 넘치는 글이어서 좋습니다.
비극이 아니어서 더 좋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소설처럼 인생은 뜻밖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을 때
명작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p.s. 서평을 쓰기까지 작가님께 어떠한 부탁도 받지 않았습니다.
내 돈 주고 산 책으로 읽고 생각하고 짧은 글을 남겨봅니다.
작가의 길을 걷는 문우의 꿈을 위해 작은 수고 나누고픈 마음입니다.
글을 쓰는 모두가 글을 통해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