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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Dec 19. 2022

대화를 위하여



대화는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말, 또는 글을 주고받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전달합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대화의 길이가 늘어납니다.

여기서 대화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 관계의 특징을 결정하는 구조로 나타납니다.

관심과 배려, 사랑의 문장들로 대화가 이어지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합니다.

대화의 긍정적인 면입니다.


그러나 말은 생각과 100% 일치하지 않습니다.

말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100%의 전달력을 지닌 사람은 없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일수록 생각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언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정이 앞서는 대화는

말과 생각이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비틀어진 말과 생각 사이에서 오해가 일어납니다.

대화의 부정적인 면입니다.

오해가 반복되면 다툼으로 이어지고 다툼이 길어지면 원치 않았던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말의 싸움을 경험합니다.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도 길을 지나다, 운전을 하다,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점에서 말의 싸움을 체험하곤 합니다.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창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말의 싸움터입니다.

아이디 외에는 서로 얼굴조차 모르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폭언이 난무합니다.

욕설은 다반사고 협박과 비난이 이어집니다.

일상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대화가 사이버 공간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인류는 말의 무서운 힘을 경험한 역사가 많습니다.

1920년, 뮌헨의 한 술집에서 젊은이들이 혐오와 분노의 말들을 쏟아 냈습니다.

이들은 나치의 모태가 되었고 히틀러의 오른팔 요제프 괴벨스는

독일인들에게 그런 말들을 믿고 따르게 만들었습니다.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의 비시 정부는 독일을 찬양하고 프랑스의 독립운동을 비판하게 만들었습니다.


전후 프랑스 정부는 나치 부역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재판을 열었습니다.

기소된 전범자들 중에는 천재 작가로 알려진 로베르 브라지야크가 있었습니다.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지식인들은 브라지야크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반면 그에게도 똑같은 엄정한 판결을 요구한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시몬 드 보봐르는 그의 말과 글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나는 말의 중요함을 느낀다. 그의 말과 글은 독가스만큼이나 살인적이었다."


재판에 참여한 검사는 지성의 반역이라며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우리는 말의 힘을 무시하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쉽게 던지는 말이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내 기억에서 멀어져 가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말을 했었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듣는 이에게는 내 말의 가치와 색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내가 평생에 했던 수많은 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해 주었던 위로와 칭찬, 그리고 비난과 욕설은 평생 잊지 못하기도 합니다.


대화는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는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가정 불화의 70%는 대화의 방법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수치는 확신할 수 없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공감합니다.


대화의 방법과 형식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더 아프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말을 하기 전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 반대되는 생각에 공감하기란 지구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오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부족한 인성 때문이겠지만 적어도 제 경우에는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갈등이 사회를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건강한 갈등과 긴장감은 새로운 해답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말을 하기 전, 자기 자신과 대화하기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이 말이 상대방에게 전해져도 괜찮은 말인지를 인지하는 과정입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인지, 그리고 정말 내 생각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무심코 던질 때가 많습니다.

나 자신까지 속이는 말에 오해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우리 자신입니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또한 많지 않습니다.

때론 미친 사람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훈련을 하면 입을 열지 않고도 여유롭게 머릿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정 어려울 때면 글을 쓰면 좋습니다.

일기가 그러하겠지요.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날 것 그대로의 일기도 좋지만 나 자신의 진실한 고백을 끄집어내는 일기라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세요.

진심이 담긴 소통은 사라지지 않는 기록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어지게 만듭니다.


저 역시 대화를 위해 글을 씁니다.

주저리주저리 널어놓은 혼잣말 같은 낡은 문장들 사이에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합니다.

필력이 부족해 한 번 읽으면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번 더 읽으면 '그런가?'하고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읽어주시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글을 쓰기에 만나는 아름다운 대화입니다.


저 또한 다른 글을 읽고 새로운 생각을 만납니다.

생각에 생각을 더 하는 일, 이보다 생산적인 일이 없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로 만나는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놀라운 탐험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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