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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15. 2021

성실 (誠實)



성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성스럽고 참된 마음을 말합니다.

칸트는 성실함(Wahrhaftigkeit)을 인간의 본질적인 특징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양심에 비추어 올바른가를 끊임없이 고백하는 마음으로 표현합니다.

성경에는 성실을 거짓이 없고 참된 성품, 혹은 신뢰할 만한 마음(faithfulness)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는

성실을 정성, 혹은 열심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 친구 참 성실해.' '성실한 사람 구함'이라는 말속에는

주어진 일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그가 참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깊이 있게 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도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 모습을 성실이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부조리함을 고백하고 개선하려는 모습은 성실보다 고지식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르고 참된 마음이 빠져버린 성실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과 

정신없이 흘려버린 시간만이 남아 있습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왜?", "무엇을", 혹은 "어떻게"라고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짜 맞춰져 있는 업무 계획과 프로토콜에 맞춰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진화하면서 조금씩 다른 형태의 성실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라는 일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류 열풍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저마다 한류 열풍을 풀어내는 논평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 하나의 원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빌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남겼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이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행에 따라가면서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생각으로 표현하지 말고

나만이 할 수 있고 나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도전하고 부딪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상식 장에서 - 마틴 스콜세지 감독



나 다운 것, 나만의 것, 나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가치가 창출되는 세상입니다.

물론 그 속에는 다양한 능력이 숨겨져 있겠지요.

먼저 공감능력이 있어야 하겠고, 신선한 표현력도 필요합니다.

생각의 확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넓은 세계관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경쟁력의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잠들기 전, 혹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깊은 사색에 빠져있을 때

내면의 깊은 곳을 자극하는 순간, 새로운 창조적 사고가 끌어 오릅니다.


다시 성실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된 마음, 진실한 고백, 그리고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감동,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성실이라면 성실은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보다 

홀로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때론 고요하게 멈춰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게으르게 보일 수 있을지라도

아무도 알아챌 수 없는 나만의 놀라운 세계는 성실한 침묵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거짓된 자아를 버리고 내 마음속 진심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 속에서 이어지는 삶의 고백과 진솔한 표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성실이 아닐까 조용히 돌아봅니다.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꿈꿉니다.

참되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한 참을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뭐하냐며 등짝을 때립니다.

세상에는 아직 나의 성실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말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참되고 진실하며

성실은 사랑 안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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