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by 류완




밑동이 남았다.

거친 삶,

매끈히 잘리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온 세월을 보여주는

키 낮은 흔적이 안쓰럽다.


최선을 다해 하늘로 뻗어 자랐을 텐데

쉬이 잘려 나간 네 몸이

언제 어느 모습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제 너의 그늘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감사할 수 있음은

너의 무릎에 앉아

긴 한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지


열심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베풀고 또 베풀 수 있는 너가 그립다.











1년 전 어느 날입니다.

집 근처 공원에 항상 보이 던 나무가 잘렸습니다.

있을 땐 몰랐는데 나무가 잘리고 나서야 그 그늘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렇게 잘려야 했던 이유가....

아쉬운 마음에 잠시 걸터앉아 보았습니다.

햇 볕은 살짝 따가웠지만 제법 편안한 휴식이 되었습니다.


떠나야 비로소 느껴지는 그리움, 고마움, 보고픔......

사는 동안 이 안타까운 법칙을 거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가벼울 수 있을까요?

잘려나간 나무 밑동을 보고 있으니

무심히 지나쳤던 행복의 순간들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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