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야구를 잘 몰라도 이 말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음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경기 후반에는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다리가 풀리고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용기를 잃습니다.
타자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안타를 칠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투수도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면 실점 확률이 올라갑니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는
아주 단순한 공식이 우리 삶을 지배합니다.
현대 스포츠는 확률과 통계의 게임이라고도 부릅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승률을 예상하고, 시합 도중에는 누가 유리한지 분석하며,
후반에는 승부가 이미 결정 났다는 표현이 쏟아집니다.
돈이 많은 구단은 슈퍼스타들을 모아 슈퍼 팀을 결성합니다.
팀의 승률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반면, 돈이 없는 팀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모아 미래를 준비합니다.
현대 스포츠에서 자본은 무시할 수 없는 승리 요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에 열광하게 만드는 요소는 확률을 무너뜨릴 때 나타납니다.
예측 가능한 상황을 벗어나 선수, 코치, 관중 모두가 혼돈의 상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스포츠는 가장 큰 긴장감과 희열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스포츠를 중계하는 캐스터는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믿어지십니까? 여러분은 지금 기적을 보고 계십니다."
가능성이 없는 경기를 뒤집었을 때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경기에서 이겼을 때
뜨거운 감동과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흐릅니다.
불리한 상황,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처를 안고
무너지는 몸과 마음을 뒤집고 일어날 때
우리 인생도 누군가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의 타이머가 멈출 때까지 우리는 매일 타석에 서는 기회를 얻습니다.
역전 만루 홈런도 포기하지 않는 선수만이 쳐낼 수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포기하지 않고 힘든 하루를 살아내는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저 또한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 요기 베라 / 뉴욕 양키스 영구 결번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