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이 자신이 좋아하는 보이그룹을 알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물론 저는 알지 못합니다.
멤버 이름에 생년 월일까지 모두 꿰고 있는 딸아이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도 모두 다 외우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그렇게 외우라고 했더니 졸지에 꼰대가 되었습니다.
아빠는 BTS 정도 아니면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딸은 그 세계는 너무 커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요즘 딸과의 대화가 끊길 때가 많습니다.
생각의 간격이 벌어졌음을 느낍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른 세대로 살아가는 마음에는 제법 간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아주 작은 세계와 너무 큰 세계가 공존하는 건 맞는 말 같습니다.
나는 종종 작은 세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때론 큰 세계에 발을 담고 있습니다.
서울의 어느 작은 동네 오래된 빌라에서 살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모이면
재건축으로 집값을 올려야 한다는 이웃과 그냥 살자는 이웃들의 설전이 이어집니다.
방법과 생각이 다 다르지만 결론은 대충 돈으로 이어집니다.
몇 세대 안 되는 작은 건물이지만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세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더 큰 세계에서는 또 다른 경험을 합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안타깝고 참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상황을 만나면 왠지 모를 자부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즘 말로 '국뽕'이라고도 하지요?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만나거나 그런 방송을 보게 되면 내가 그 대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중년 남성이지만 말입니다.
내가 머물러 있는 세계가 클수록 내게 주어진 역할은 작아집니다.
설령 그 안에서 내가 중요한 존재라 하더라도 삶이 유한한 이상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겠지요.
영원한 권력이 없는 것처럼 내게 부여된 세상도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이사를 가면 동네를 떠나야 하고 취미를 바꾸면 새로운 실력자들을 알게 되고
직업이 바뀌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달라집니다.
너무 많이 낳아서 고민이던 세상이 저출산을 고민하기까지 반백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반백 년이 흐르고 나면 그 세계를 아우르는 고민거리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로 이어지게 되겠지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에 작은 책임감을 부여해 봅니다.
내가 살아갈 세상은 아닐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고민을 나누어 봅니다.
평화롭고 안전한 이 땅을 위해 나는 오늘도 작은 사랑을 심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먼저 딸아이의 작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엔플라잉', 이승협, 차훈, 유회승... 더는 모르겠네요.
숙제도 아니고 참, 노래는 좋습니다.
이 친구들이 딸아이의 바람대로 오래오래 노래하기를 기대합니다.
너는 별을 보자며 내 손을 끌어서
저녁노을이 진 옥상에 걸터앉아
Every time I look up in the sky
근데 단 한 개도 없는 Star
괜찮아 네가 내 우주고 밝게 빛나 줘
- 엔플라잉 '옥탑방' 中
요즘 노래 따라 부르기 참 어렵네요. 난 포기.....
https://www.youtube.com/watch?v=VpaUh_BGq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