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y 류완



불이 켜지면

멈춘다는 신호

누군가 자리를 떠나

목적지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


나에겐 낯선 곳이지만

누군가는 멈춰야 하는 이곳

아무튼 수고하셨고 힘내시라

마음속으로 내리는 뒷모습을 응원해본다


내 차례

조심스레 두 손가락 밀어 불을 켜려 하지만

아뿔싸

누구신지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내 작은 행위를 가로챈 분


섭섭한 마음으로 하차를 대기하는데

그분이 나란히 옆에 서신다


멈춰 설 때까지 짧은 동행이 생겼다

같은 목적지를 향하니 길동무라 불러도 좋으련만

문이 열리면 다른 방향을 향해 걸음은 속도를 올린다


멈춰야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는 이곳

아직 우정은 없지만 동행은 늘 존재한다







버스를 참 좋아합니다.


서 있기는 조금 불편하지만

앉아서 갈 수 있다면 이보다 기분 좋은 여행이 없습니다.

가다 서다 반복하는 작은 덜컹거림이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경쾌한 음악에 리듬을 맞춰줍니다.


도시의 풍경이 있고,

낭랑한 목소리의 안내 음성이 있고,

나를 위해 운전하는 버스 기사의 조심스러운 핸들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목적지를 향하는 동행이 있습니다.


만원 버스 안에서는 자리 뺏기 게임을 하는 경쟁자처럼 느껴지지만

넉넉하고 여유 있는 시간에는 이보다 좋은 동행이 없습니다.

줄 곧 차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앞자리 청년의 불편한 졸음이 신경 쓰일 정도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목적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같은 번호의 버스 안에 있기에 우리는 동행입니다.


부디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의미 있을 터인데

우리 소리 내어 말하진 않더라도

머무는 자리마다 힘내시라고 마음속 응원을 남기며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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