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깊어가니
짙어진 풀 벌레 소리
오늘은 그칠까 싶더니
여전히 울고 있구나
누가 먼저일까?
시린 바람에 창문을 닫는 내가 먼저일까?
더 이상 울지 않는 네가 먼저일까?
늦은 밤
함께 우는 벗 하나 생겼는데
짧은 계절이 아쉽다면
나는 이별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풀 숲 가득한 동네도 아닌데
집 앞 작은 정원에서 풀 벌레 소리가 멈추지 않습니다.
암 수 한 놈씩인 것 같은데
벌써 한 달 가까이 울고 있습니다.
여느 해 보다 이른 가을바람에 저들도 일찍부터 힘들게 울고 있네요.
여행 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참 좋아합니다.
노래 전체에 깔리는 풀벌레 반주가 참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나의 꿈은 사라져 가고 슬픔만이 깊어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깊어가는데
잠들어 있던 파일 하나 열어 다시 들어보니
이처럼 슬픈 가사가 어디 있나 싶습니다.
밤기운이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하지만 창문을 닫기에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풀 벌레의 노랫소리가 아쉽습니다.
저 벌레의 생은 이 계절을 넘기기 어렵겠지요?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이 깊어가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생의 끝을 모르는 게 이토록 축복일까요?
있는 힘껏 날개를 비비는 풀 벌레처럼
시절이 어떠하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용기가
나에게도 솟아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