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 한 가득

by 류완



리어카 한 가득 넘치게 채워도

만 원 한 장을 채우지 못하는 삶


'남은 거이 몸뚱이뿐인 기라'

말하시는데

그 몸도 성한데 없으시더라


막아 선 길

따라오는 차 한 대 경적을 울리는데

속도가 붙지 않아

손을 대고 밀어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시네


저도 괜찮다고 말하니

도움이 불편하다며

어색하게 웃으신다


도움이 불편한 세상

그렇게 외면은

현실이 된다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 한 분이 알고 보니 제법 큰 집을 갖고 계신다고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 리어카 하나 구해 동네를 돌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세상엔 나보다 못 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누군가를 선뜻 돕지 못하게 됩니다.

저 사람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따지고 보면 내 삶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사치로 여겨집니다.


가끔씩 사치를 꿈꿉니다.

무제한 카드 하나 들고서 사고 싶은 대로

장바구니에 담는 삶은 행복할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룰 수 없는 사치는 내려놓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사치는 편안히 누려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돕는 누군가에게 조금씩 행복을 빌려올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도 드네요.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의 남루한 차림,

잘려 나간 손톱, 한쪽 다리의 불편한 걸음 보다도

끝내 열지 못하신 마음과 어색한 미소가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주문같은 짧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미소가 진심이 되기를

도움이 편안해지기를

리어카 한 가득 담으셔도

걸음은 무겁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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