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by 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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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꽃이라 함은

잎이 나고 꽃이 피고

꽃 잎은 술을 감싸야함을


너는 어찌 참지 못하고

꽃을 먼저 피우고

술을 벌려

하늘을 담고 있느냐


찬 바람에 꽃이 지면

잎이 자라

시린 겨울을 마주 서고

이듬해 너의 개화를 기다리는데


잊지 마라

너의 아름다움은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질긴 생명을 이어준

잎과 뿌리에 있음을






꽃무릇


발음은 어렵지만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름입니다.

'무릇'은 식물의 종으로 사용되는 명사의 의미도 있지만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를 뜻하는 부사로도 사용됩니다.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꽃무릇은 보편적인 꽃이 아닙니다.

이른 가을 솟아난 꽃대에서 특별한 모양의 꽃을 만나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지고 맙니다.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자나라

겨울과 봄을 지날 때까지 질긴 생명을 이어갑니다.


장마도 지고 여름 더위도 한 풀 꺾일라치면

잎이 마른 후 가느다랗고 긴 꽃대가 올라옵니다.

초가을이면 특별한 모양의 꽃이 자라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모읍니다.


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않습니다.

시간의 여백을 두고 서로 다른 계절을 채웁니다.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담고 있습니다.


꽃은 딱 좋은 시절 잠시 사랑받고 사라지지만

잎은 꽃을 피우기 위해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어 냅니다.

그 아름다움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인내와 헌신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랑은 이처럼 공평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수많은 관계도

한쪽의 기울어진 마음이 존재합니다.

연인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가정에서는 더 흔히 나타납니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기울어진 사랑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잎을 더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사랑을 주는 존재에게 잘했다고 위로해주기로 했습니다.

추운 겨울, 마른땅에서 힘겹게 피워내는 잎을 보면

'네가 그렇게 사랑이 많은 아이구나'라고 칭찬해 주겠습니다.


더 사랑하는 이가,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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