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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Oct 21. 2020

주름 (Arrugas)

파코 로카 (Paco Roca)


은행의 직원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출을 거절합니다.

수심이 가득한 고객은 갑자기 표정이 변하고

이제 그만하라며 화를 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낀 직원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행 창구가 아닌 본인의 침대에 앉아 있었고

자신이 거절한 것은 대출이 아니라 아들이 건넨 식사였습니다.



같은 원작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노인들



스페인 만화 작가 ‘파코 로카’의 <주름>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주름>은 치매에 걸린 노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국, 요양원으로 가게 된 노인은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지만

점점 잃어가는 기억은 끝내 막을 수 없었습니다.


2020년, 국내 치매 환자의 수는 75만 명을 넘었고

머지않아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함께 고통받는 환자의 가족까지 더한다면

앞으로도 수백만 명이 치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의학이 발전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냐고 합니다.

세월이 주는 저주에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고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시나브로 새어나가는 기억은

다시 담을 수 없는 시간의 질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치매는 인생의 끝에서 만나는, 

이별을 향해가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행복은 한 사람만의 행복이 아닙니다.

가족의 행복이며 우리 모두가 경험할 미래입니다.

세월 앞에서 주름의 깊이는 막을 수 없을지라도

사랑과 관심으로 그늘진 마음은 밝힐 수 있지 않을까요?


외면하지 않는 마음,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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