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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14. 2020

할아버지의 시계


영국을 여행하던 작곡가 헨리 클레이 워크는 

호텔 로비에서 멈춰있는 시계를 발견했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시계가 멈췄다고 말하자

직원은 그에게 시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시계는 호텔을 운영하던 형제가 태어날 무렵에 선물로 받았습니다.

형제는 추억이 담긴 시계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형제의 정성으로 시계는 오랫동안 호텔 로비를 지켰습니다.

세월이 흘러 형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했고

안타깝게도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계도 이를 안 것처럼 고장이 났습니다.

형은 먼저 간 동생을 생각하며 시계를 고쳐보려 했으나 

가다 서다를 반복할 뿐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형도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시계는 완전히 멈췄습니다.

호텔의 새 주인은 형제의 추억이 담긴 시계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호텔 로비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헨리는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의 시계’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노래는 큰 인기를 얻었고, 

백 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손자의 입장에서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노랫말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과, 사랑과, 남겨진 이들의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언제나 정답게 흔들어 주던 시계

할아버지의 옛날 시계

이젠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네




아들이 어린이 집에서 만든 장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이로 만든 액자에 색종이로 접은 

물고기를 장식한 바닷속 그림입니다.

아들이 지금은 중학생이니 

벌써 8년이 넘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종이는 구겨지고 먼지가 쌓여 가지만

여전히 내 방 한 편, 

고개를 들면 보이는 곳에 달려 있습니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아들이 장식을 건네며 남긴 말 때문입니다.

"이거 아빠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이사를 가면 버려지려나 싶으면서도

헤어지기가 여간 어려울 것 같은 그림입니다.

지금 아들은 자기가 만들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버려져야 할 물건에 사랑과 존경을 담으니 

버릴 수 없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무엇입니까?


사랑은 손가락만 한 물건에도 이 세상 모두를 담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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