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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21. 2020

통증



입안에 작은 상처가 올라왔습니다.

상처가 막 생겨날 때는 그리 아프지 않습니다. 

살짝 귀찮고 걸리적거릴 뿐입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상처 안이 하얗게 일어나더니

밥을 먹기도 어려운 고통이 밀려옵니다.

하루쯤 더 지나니 가만히 있어도

쓰라린 아픔이 머리끝까지 차오릅니다.

더는 견디기 힘들어 약국으로 달려갔습니다.

약사님은 상처에 바르는 약을 주시면서

원래 아물기 전이 가장 아플 때라며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약은 '시간'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수많은 상처가 그렇습니다.

힘든 일을 당했을 때보다 그 일을 겪어내는 과정이 더욱 쓰라립니다.

이제 괜찮아지겠지 싶다가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통증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증은 회복의 과정입니다.

지금은 견디기 힘들지만

곧 나을 거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통증을 통해 우리는 아프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깨닫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통증은 사라진다는 희망이

때론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회복의 과정을 통해 배우는 소중한 교훈입니다.


그러나 회복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프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조금씩 잊어갑니다.

그리고 이전처럼 일상을 낭비하며 살아갑니다.

세상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아픔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부러운 마음으로 그리며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마음에 담고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욕심 때문에 또 탈이 났습니다.

그렇게 먹지 말아야 했거늘 끌어당기는 식욕은 위장의 한계를 벗어났습니다.

하루 종일 쓰린 속을 부여잡은 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습니다.

고작 너냐 싶으면서도 이 평범한 통증을 참아내기가 여간 어렵습니다.

괜한 자괴감이 밀려와 괜찮은 척,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통증이 계속될수록 숨겨진 본성이 드러납니다.


짜증도 내고, 투정도 하고, 심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별에 별 욕이 다 튀어나오는데도 부끄러움은 전혀 없습니다.

고통이 정신을 지배하고 난 뒤에는 내 모든 언행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영혼까지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을 먹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미음을 먹는데 그 맛이 얼마나 행복하고 황홀 하 던 지......


"이제 좀 살 것 같다."


때 되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인생을 리셋한 것처럼 편안한 마음의 고백이 흘러나옵니다.

다시는 위장의 빈 곳을 그렇게 낭비하지 않겠다 다짐해봅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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