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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29. 2020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What a wonderful world!


1913년, 새해 첫날,

축제가 한창이던 뉴올리언스에서 루이 암스트롱은 아버지의 권총을 들고나가 신나게 총을 쏘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었고 소년 보호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그가 11살 때의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보호소 내의 브라스 밴드에 가입하여 관악기를 배정받았고

훌륭한 음악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보호소에서 나온 암스트롱은 인근 술집에서

코넷을 연주하며 음악을 향한 열정을 이어나갔습니다.


음악적 재능이 빛을 보기 시작하던 시절, 뉴욕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합니다.

뉴욕 퀸즈의 코로나(Corona), 그가 살았던 곳은 지금 우리가 맞이한 전염병의 이름과 흡사합니다.

흑인 인권운동을 한다면 빈번하게 테러를 당하던 시절, 당시 흑인들의 삶은

지금 우리가 코로나 19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현실보다 더욱 비참했을 것입니다.


그 역시 흑인이기에 차별의 장벽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백인을 위한 연주를 한다는 비판도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등장하는 ‘엉클 톰(Uncle Tom)’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열정적인 연주는 그의 입술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두툼한 입술을 의미하는 Satchmo는 그의 별명이 되었습니다.




1964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그와 1위를 경쟁했던 뮤지션은 비틀스였고

64세의 나이로 당시 최고령 빌보드 1위의 기록도 함께 차지했습니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음악 활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1967년 불후의 명곡 ‘What a wonderful world’를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마지막 고백이 담긴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소년 보호소에서 허름한 술집으로,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는 재즈 연주자가 되기까지

그는 자신의 삶에 펼쳐졌던 모든 순간들을 멋진 세상으로 기억합니다.

11살 어린 소년이 분노에 사로잡혔다면 만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역설의 아름다움이 있는 노래입니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아 보일수록 이 노래의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은 테러와 폭격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베트남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잔잔히 흐르는 ‘What a wonderful world’는 전쟁이 비춰주지 않는

일상의 참혹함을 더욱 실감 나게 전해줍니다. 노래가 끝나갈 때 즈음

라디오 DJ로 출연한 로빈 윌리암스는 이렇게 멘트를 남깁니다.

"위대한 서치모, 루이 암스트롱이었습니다."

(That was Luis B. Armstrong. The great Satchmo.)

특유의 미소에서 서글퍼지는 표정의 변화가 인상적입니다.


https://youtu.be/FzFIDTs3WtI



마음이 힘에 부칠 때,

이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나는 내 삶의 끝에 서면 이처럼 고백할 수 있을까?'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는 그들이 자라는 것을 봤지.

I hear baby's cry, and I watched them grow

그들은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거야.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그리고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를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래, 나는 생각하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를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살아갈수록 점점 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요즘 들어 더욱 그런 마음이 강해집니다.

그럴수록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이 그립습니다.

그 마음을 만나고 싶어 글을 씁니다.

하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누군가가 내 글에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나 또한 그분의 마음에 감동받고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마음을 주고받는 당신과 내가 있습니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입니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삶을 살아내는 여러분 모두가 '위대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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