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때까지 4인 이상 소주 한 병 공짜'
집 근처 식당에 붙어 있던 현수막이 떼어졌습니다. 코로나를 처음 맞이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주를 못 마셔서 아쉬운 건 아닙니다. 어차피 술도 잘 못 마시고 자주 가던 식당도 아니었습니다. 한 마음으로 응원하던 커다란 목표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주 가는 만두가게로 향했습니다. 포장이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불은 꺼져 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몇 달만 쉰다는 공지를 읽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다시 맛볼 수 있는 날이 있겠지 싶으면서도 몇 달이라는 불특정 한 일자가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 처한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아 도리어 위로를 받았습니다. 애써 괜찮다고 하시며 모두 다 힘든데 힘들다고 말하면 부정 탄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힘들지 않냐고 되묻습니다. 계획한 건 하나도 이뤄진 것이 없고 올해는 아무것도 계획할 수가 없다고 투정을 쏟아내자 괜찮다고 답하십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하면 된다면서 원래 목표는 맨날 바꾸는 거라고 하십니다. 묘하게 힘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표가 흔들리면 인생이 흔들리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표도 개인의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목표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나 자신을 왜곡하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목표의 때를 벗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속 살을 드러내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진짜 목표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경로를 수정해 가면서 더 분명한 목표를 찾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성장하느냐이다.'
- 앤드류 매튜스 (베스트셀러 작가)
우연찮게 만난 글에서 공감의 여운을 느꼈습니다.
목표가 무너지고 불안이 생각을 잠식할 때,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산에 오를 때도 한 번씩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살피고 풍경도 즐기다 보면 노곤한 발걸음에 활력을 주기도 하니까요.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닐 겁니다. 때에 따라 목표를 향해 밀고 올라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주저하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게으름의 핑계가 되거나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민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누구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요즘, 목표의 거리를 줄여 짧게 짧게 이어 나가는 방법도 지혜일 수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자 로버트 마우어는 그의 저서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누구나 실천 가능한 가벼운 목표로 얻는 자신감을 주목합니다. 이러한 작은 성공(small step)이 모여 좀 더 큰 목표를 이루는 힘이 된다고 합니다. 몸무게에 집착해서 매 번 실패하는 다이어트보다 tv를 보며 운동하기 같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권합니다. 물론 이마저도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작게 쪼개더라도 성공하는 작은 습관을 만들라고 권유합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딱 30개만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고 내가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니 50개가 넘는 글을 발행했습니다. 대단한 글이 아님에도 호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마음을 기대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다른 분들을 응원하고자 여기저기 글을 읽고 좋은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내가 받은 사랑에 비해 고백하는 마음은 항상 부족합니다.
목표를 벗어나다 보니 갈등도 생깁니다. 글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스스로 자신의 글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는 글쓰기였는데 자신을 평가하는 글쓰기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나를 좀 더 사랑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 나를 괴롭힙니다.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목표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쓰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읽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마우스 스크롤만 움직여 대충 훑어보는 읽기가 아닌 느리고 깊이 있게 읽기입니다. 마음에 닿는 글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생각이 다른 글은 다가가는 읽기를 하고자 합니다. 관계에 부족한 사람인지라 댓글에 주저함이 많지만 감동을 고백하고 응원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이미 이 곳엔 이런 분들이 참 많습니다.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제가 닮아가고 싶은 분들입니다.
그렇게 한 계절을 보내고 나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결과와 상관없이 그때는 목표를 한 번 더 수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대단한 변화는 없을지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 잘했다고 다독일 수 있겠지요. 이렇게 너무 멀지 않은 공간에 목표 지점을 설정하고 한 걸음씩 이루어 가려고 합니다.
올 해는 여러 가지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만큼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이젠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절망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목표는 원래 바꾸는 거라 생각하고 좀 더 변화무쌍하게 살자고 용기를 불어넣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