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핸드폰 화면에 뜬 세 글자
반가운 사람
묘한 긴장감
'바쁘니?'
'아니요'
'몸은 어떠니?'
여기까지 뻔 한 레퍼토리
아들이 몸이 약하니
그러시는 게지
그리고 들리는
오늘의 레시피
꼭 해 먹으라며 알려주신
소고기 버섯전골
기운 나는데
이만한 게 없다 하신다
아들을 향한
마음 씀씀이
작은 손 전화에 담긴다
그러나 오늘은
둘째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엄마 미안해
내 아들은 요게 좋다네
어머니와 통화의 7할은 음식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드신 음식, 내가 먹은 음식, 그리고 내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 이어집니다.
'네, 네, 네' 같은 대답을 연속으로 하다 보니 머리는 텅 비고
기억나는 이야기보다 지워지는 대화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묘하게 끊어진 대화, 분명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요구를 하셨는데
떠오르는 건 잘 먹고, 건강 챙기라는 평범한 이야기들......
저녁 식사시간, 둘째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입니다.
김치를 볶고, 햄을 넣고, 파와 양념을 추가한 뒤 밥을 넣고 센 불에 볶아냅니다.
각자의 그릇에 덜고 나면 김 가루와 계란 프라이는 취향껏 담습니다.
나는 반도 못 먹었는데 두 배는 담아 주었던 아들은 식사를 끝마쳤습니다.
내 것에 아내의 몫까지 덜어주었습니다.
그것까지 좋다고 흡입합니다.
당연한 사랑입니다.
나는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을 느낍니다.
흐뭇한 미소 뒤로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날 어머니의 추천 요리는 소고기 버섯전골,
흐릿하게 떠오른 레시피가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다시 여쭙기 죄송하니 레시피 검색해서 따라 해 봅니다.
맛이야 어떻든 인증샷 남겨서 보내 드리면 어머니는 흐뭇해하실 겁니다.
음식은 내가 했을지라도 내가 한 음식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보내 주셨다고 생각하렵니다.
기분 좋은 상상을 안고 마트를 향합니다.
소고기......
제법 비싸네요.
어머니는 우리 애들이 한 끼에 몇 인분을 먹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소고기는 식구들 없는 날,
나 혼자 조용히 먹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제육볶음,
인증샷은 없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저녁상에 푸짐하게 담겼다고 연락드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