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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May 24. 2021

엄마의 전화



'어머니'

핸드폰 화면에 뜬 세 글자


반가운 사람

묘한 긴장감


'바쁘니?'

'아니요'

'몸은 어떠니?'

여기까지 뻔 한 레퍼토리

아들이 몸이 약하니

그러시는 게지


그리고 들리는

오늘의 레시피

꼭 해 먹으라며 알려주신 

소고기 버섯전골

기운 나는데

이만한 게 없다 하신다


아들을 향한 

마음 씀씀이

작은 손 전화에 담긴다


그러나 오늘은 

둘째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엄마 미안해

내 아들은 요게 좋다네






어머니와 통화의 7할은 음식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드신 음식, 내가 먹은 음식, 그리고 내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 이어집니다.

'네, 네, 네' 같은 대답을 연속으로 하다 보니 머리는 텅 비고 

기억나는 이야기보다 지워지는 대화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묘하게 끊어진 대화, 분명 어머니는 나에게 어떤 요구를 하셨는데

떠오르는 건 잘 먹고, 건강 챙기라는 평범한 이야기들......


저녁 식사시간, 둘째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입니다.

김치를 볶고, 햄을 넣고, 파와 양념을 추가한 뒤 밥을 넣고 센 불에 볶아냅니다.

각자의 그릇에 덜고 나면 김 가루와 계란 프라이는 취향껏 담습니다.


나는 반도 못 먹었는데 두 배는 담아 주었던 아들은 식사를 끝마쳤습니다.

내 것에 아내의 몫까지 덜어주었습니다.

그것까지 좋다고 흡입합니다.

당연한 사랑입니다.

나는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을 느낍니다.


흐뭇한 미소 뒤로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날 어머니의 추천 요리는 소고기 버섯전골,

흐릿하게 떠오른 레시피가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다시 여쭙기 죄송하니 레시피 검색해서 따라 해 봅니다.

맛이야 어떻든 인증샷 남겨서 보내 드리면 어머니는 흐뭇해하실 겁니다.

음식은 내가 했을지라도 내가 한 음식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보내 주셨다고 생각하렵니다.

기분 좋은 상상을 안고 마트를 향합니다.


소고기......

제법 비싸네요.

어머니는 우리 애들이 한 끼에 몇 인분을 먹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소고기는 식구들 없는 날,

나 혼자 조용히 먹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제육볶음,

인증샷은 없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저녁상에 푸짐하게 담겼다고 연락드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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