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로 꼭
들어서야만 했나요
머물수 없는
당신의 향기가
살며시 스친
손등에 남았습니다
나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손길에
아무런 채비도 못했습니다
돌아설 수 없는 길이니
이제 곧 지나쳐 가시겠지요
당신의 무심한 걸음은
내 영혼을 가르고
차가운 심장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저만치 먼 길을 지나서
문득 내가 기억나거든
한 번 즘은 돌아보아 주세요
당신이 지나간 그 길을 따라
발자국 온기에 마음을 녹이며
더딘 걸음을 걷겠습니다
사랑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랑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기울어진 마음을 깨우칩니다.
별 것 아닌 무게의 추에 균형을 잡아보려 하면
더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때론 무너집니다.
결국 사랑은 더 사랑한 쪽이 아픈 마음을 안고
고통스럽게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흔히 그렇지요.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랑은
결국 남겨진 사람에게 지독한 상처만 안겨줍니다.
잔인한 동화 이야기를 상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젊은 마녀가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남자에게 마법을 겁니다.
자기에게서 멀어져 갈수록 마녀에 대한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저주를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자 다른 이야기를 해 주는 이가 있습니다.
잊을 수 없다면 그냥 조용히 뒤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갈림길이 나오고 함께 또는 홀로 가면 된다고 하네요.
사랑은 매 순간 함께 할지를 선택할 수 있고
우리는 언제든지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했는데 이렇게 초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은 꼭 남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니 그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사랑이나 친구들의 우정은 묵묵히,
그리고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뒤 따라오기도 하니까요.
당신의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꼭, 사랑하는 이가 아니라도 우정과 동행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더 잘 사는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발을 맞추며 걷는 시간을 꿈꾸어 봅니다.
어차피 인생은 시간 안에서 일방통행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