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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Feb 26. 2021

춘풍추상 (春風秋霜)



대인춘풍 (待人春風)

지기추상 (持己秋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이 불 듯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입니다.

풀어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라는 말입니다.

특별한 글귀를 마음에 담고 살지는 않았지만

요즘의 나를 향한 '좌우명' 같은 고백입니다.


잘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면서 부터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따로 각오를 다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갈무리할 줄 압니다.

뭔가 어중간 한 아이들이 잔뜩 각오를 다지는 문장으로 책상머리를 채우곤 합니다.

그러나 작심(心)은 길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의지가 부족하니 지혜로운 이야기로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내 이야기입니다. 

잊을 만할라치면 단어를 마음에 새기듯 다시 찾아 읽습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






우리 주변에는 이와는 반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에는 막말과 모욕이 넘쳐나지만

자신은 큰 잘못을 하고도 이 정도가 뭐 어때서 그러느냐며

도리어 따져 묻는 사람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면 화가 납니다.

자기가 정말 잘나서 그런가?

저렇게 심하게 말해야 하나?

어쩜 저렇게 당당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 가득 찹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내 안에도 같은 마음만 채워졌습니다.

한 번 삐딱하게 틀어진 시선은 좀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나 역시 가을 서리와 같은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봅니다.

내가 원인이 아니었다고 핑계를 대어 보지만

애초에 좋게 볼 마음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차갑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잘 났다고?

나는 남을 욕할 자격이 있나?


스스로를 책망하는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겸손을 기대했는데 비관이 자라납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드러워졌을지 몰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이 날카롭게 심장을 찌릅니다.

내가 나를 아프게 합니다.

살아야겠습니다.

지질히 궁상맞은 삶, 차갑게 바라 볼 온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를 빼기로 했습니다.

지기추상은 곱게 접어 지난 계절의 옷장에 넣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혹 내가 좀 더 잘 난 시절이 온다면 그때 찾기로 했습니다.





대인춘풍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 집중하자고 다독여봅니다. 

대신 지금 보다 더 따스하게 보자고 다짐합니다.

조금 더 간절하게,

봄바람 같은 마음을 담고 살아가자고 각오를 다집니다.


어려울 게 있나 싶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날카롭게 신경을 세울 필요도 없으니까요. 

훈풍을 불어넣다 보면 내 볼에도 작은 온기가 남으리라 기대합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마스크 안으로 스며듭니다.

지난겨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바람입니다.

그래서 봄바람과 같은 마음은 다른 사람의 허물까지 감싸주나 봅니다.

우리 마음이 언제나 봄바람처럼 따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연의 이치가 그러할진대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계절이 그리는 풍경처럼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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