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남편에게 얘기합니다-8
자기야 육아책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육아방식이 뭐라고 생각해? 그래 맞아! 자기가 예상했던 그거, 바로 바로~ 독서 육아야.
아이한테 어렸을 때부터 책을 놀이로서 접하게 해주고 흥미가 가도록 재미있게 읽어주고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노출시켜 아이가 자연스럽게 부모 모습을 따라 할 수 있게 해주고, 도서관을 자주 데려가 책을 보여 주며, 서점에도 같이 가서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등등 여러 가지 생활 속에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책과 친해지게 만드는 방법들을 여러 육아서에서 조언해 주고 있어. 나 또한 독서의 중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있고 내가 어렸을 때 책을 거의 읽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에 여러 가지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들을 따라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하지만 일하는 엄마로써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책을 많이 읽어주거나 도서관에 자주 데려간다는 게 쉽지가 않네. 최소한 잠자리 독서만이라도 빼놓지 않고 해주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내가 야근을 하거나 가족 외출을 하고 늦게 오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1박을 하는 상황에서는 지키기가 힘들고. 그래도 마음만은 꼭 우리 아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고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
아이가 어렸을 땐,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읽던 책마저 뺏어버리니 그 때는 무척 당황스러웠지.
'00아 이게 뭐지?'
'엄마 책'
'그렇지? 엄마는 엄마 책 읽고 00인 00이 책 읽고 그러는 거지?'
'싫어'
'엄마가 엄마 책 읽는 거 싫어?'
'응'
'엄마가 00이 책 같이 봤음 좋겠어?'
'응'
'그래...같이 보자...'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조언이 적어도 아이가 어릴 땐 통하지 않나 봐. 한참 아이가 자기 놀이에 빠져 있을 때 나도 좀 쉴 요량으로 내 책을 펼쳐 읽으면 아이는 어떻게 알고 쏜살같이 다가와 내 책을 뺏어버리고는 자기 책을 읽어 달라고 떼를 쓰곤 했지. 이럴 때는 순간 아이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내가 책을 안 봤으면 아이는 자기 놀이를 계속 했을 테고, 그럼 난 좀 더 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그런 후회를 하면서 말이지. 그래도 이내 잠깐의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 나와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어.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궁극적인 바램에는 더 가까워 지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자기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예전에 자기가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말을 하는 걸 듣고 내가 내기를 제안했었던 기억이 나네. 1년에 12권 책읽기를 목표로 잡고 목표 달성하면 내가 뭔가를 선물로 사주기로. 선물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 그로부터 2달쯤 넘어서 한 권도 책을 안 읽은 상태에서 자기가 내기를 그만두자고 했었으니까.
평상시, 저녁을 먹고 아이를 재우기 전, 잠깐의 시간이 날 때, 책을 손에 드는 내 모습을 자긴 말은 안 해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도 난 느낄 수 있어. 나중에 자기가 얘기했었지.
‘책 읽는 건 좋아. 뭐,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다고 하니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좀 하고 정리하는 거에 더 관심을 가졌음 좋겠어.
'.....'
6살 가을, 하반기 어린이집 상담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어머니, 00이도 한글 공부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 다른 친구들은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어머니들이 한글 공부를 다 시키셨나 봐요. 어머니는 일하시느라 힘드시겠지만 00이 한글공부에 좀 신경 쓰시는 게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데 좋을 거 같아서 말씀 드려요.’
한글은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 때까지 전혀 아이 한글 공부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한방 얻어 맞은 기분이었지. 그때부터 한글 문제집을 사고 한글공부를 시작하면서 책을 읽어주는 데도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어.
그런데 이런 말을 전해도 자긴 아이 공부나 독서에 관심이 없어 보였어. 저녁 먹고 내가 아이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한글 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내가 야근을 하거나 늦는 날은 당연히 한글공부와 독서를 건너 뛰는 날이 되는 거고. 내가 없는 날만이라도 아이와 같이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했지만 자기가 별로 책에 관심이 없고, 내켜 하지 않는데 억지로 부탁하긴 싫었어. 내 욕심이라고 생각했지. 주위 얘기를 들어봐도 대부분의 아빠들은 놀아주는 건 잘해도 독서나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금, 우리아이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혼자 열심히 고민중이야.
일단 책을 잘 읽는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면 기본적으로 독서 습관이 들 때까지는 부모가 읽어 주는 게 좋대.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겠지?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학습심리 연구가 한 분이 말씀하시길 아무리 중요한 독서라도 정서적 안정이 있는 다음으로만 중요하다는 거야. 엄마아빠와 아이와의 정서적인 친밀감과 안정을 우선적으로 쌓여 있어야 아이는 엄마아빠가 얘기하는 것에 대해 ‘나를 사랑하는 엄마아빠가 하라는 것은 뭐든 좋은 것이겠구나’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을 수 있다는 거지. 책읽기를 이렇게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은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재미를 느끼고 습관을 잡기가 훨씬 쉬워 질테니까.
이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내가 한번씩 저녁시간에 없을 때 비록 자기가 아이와 책을 읽고 공부는 안 해도 신나게 놀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해더라. 자기와 아이가 깊은 유대감을 또 쌓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런데 자기야, 엄마의 정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 맞아. 바로 아빠인 자기야. 자기와 나 사이의 관계가 결과적으로 아이의 정서와 그로 이어지는 학습에 깊은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고. 자기와 내가 가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행복하냐 아니냐가 아이의 정서와 직결되고, 이로부터 좋은 독서 습관이 길러 진다니 참 신기하지? .
우리가 좋은 부부관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야. 아이가 커서 큰 자산이 될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