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아홉 번째 이야기. 장교가 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
ROTC 학군 장교의 세 가지 조건
어느 날 사촌동생이 내게 물어왔다.
"형, ROTC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해?"
대학 가서 신나게 놀고 있던 사촌동생이 이었다. 군입대가 가까워지니 ROTC에 대해 관심이 생겼나 보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ROTC를 준비하는 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남자들의 특성 중 하나가 일이 닥쳐야 시작하기 때문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군대를 장교로 가는 방법을 찾고자 하니 정보를 얻을 곳도 마땅치 않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래서 정리했다. 장교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학군단이 설치된 대학에 입학
장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장교 양성과정에 들어갈 방법은 없다. 유일하게 육군사관학교만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진학 가능한 곳이지만 육사는 특수목적 학교이니 논외로 하면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3 사관학교나 다른 간부사관을 지망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전문대는 진학해야 지원 자격을 갖출 수 있다. ROTC 학군 장교는 4년제 대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모든 4년제 대학이 가능한 건 아니다. 학군단이 설치된 4년제 대학생만 자신의 학교 학군단에 지원할 수 있다.
국내 전체 대학 숫자는 약 400개이고 그중 절반인 200개가량이 4년제 대학이다. 그리고 그 4년제 대학 중 절반을 조금 넘는 110개 대학에 학군단이 설치되어 있다. 학군단 설치 대학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어났다. 이는 양성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학군장교 정원을 크게 늘린 결과로 일부 지방 대학의 경우 학군단 설치에 사활을 걸기도 했다. 최근엔 여대에도 학군단이 설치되는 등 ROTC 장교에 대한 인기가 높다.
학군단 숫자는 권역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그 정원은 모두 다르다. 해당 대학 전체 정원과 그 학군단의 군사학과 훈련성적 등을 고려해서 학군단 정원이 차등 배정된다. 1961년부터 학군단이 설치된 전통의 대학교는 대부분 한 학년이 100여 명가량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신생 학군단의 경우 25명에서 30명 사이의 정원을 배정받는다. 학군단 정원에 따라서 경쟁률에 큰 차이를 보이는데 아무래도 정원이 많은 학군단 경쟁률이 낮은 편이다.
학업 능력
전투에 패한 장수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바로 멍청한 장수다. 학군단도 知(지), 信(신), 勇(용) 후보생에게 강조하면서 문무를 겸비한 장교가 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학업능력에 대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검증한다. 필기고사와 대학성적 그리고 수능성적이다. ROTC를 꿈꾼다면 대학 진학이 결정되더라도 수능을 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리 대학에 합격한 내가 다른 이들의 등급을 높여주기 위해 수능을 대충 치르는 것은 당시엔 스스로 유쾌한 행동일 수 있지만 ROTC를 준비하기엔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 수 없다.
ROTC는 학교 내 선발이 원칙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부분 비슷한 수능점수를 가지고 있고 대학성적 편차도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필기고사 성적이다. ROTC를 위한 필기고사 서적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군대 시험이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시험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합격을 장담하기 어렵다. 여러분이 경쟁하는 이들은 여러분과 비슷한 능력을 갖춘 같은 대학의 또래집단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에게 ROTC 지원방법을 묻던 친척동생은 이점을 간과했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체력
"체력은 국력"이라는 오래된 명언이 있다. 이 말이 군인만큼 잘 어울리는 직업도 없을 것이다. 군, 경찰, 소방 이 세 가지 직종에서 체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직업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와 직결된다. 장교가 되려는 이들에게 하늘을 가르는 발차기 실력도, 눈 보다 빠른 주먹을 쓰는 무술 실력도 요구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원하는 것은 단 세 가지.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키 그리고 오래 달리기'다.
체력이 장교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합격과 불합격이 명확히 갈리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 이들의 학업능력은 대동소이하다. 학과마다 입시결과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서울대와 지방대만큼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를 점수로 환산해 봐도 당락을 가를 정도로 유의미한 점수 차이를 내기 힘들다.
이들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바로 체력이다. 필기시험이야 벼락치기라도 할 수 있지만 체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더욱이 오래 달리기의 경우 7분 30초를 초과하여 등외 판정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한다.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대학에 입학해서 술과 밤샘 게임으로 젖어있다가 250m를 1분 내 주파하기에는 상당한 체력의 한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체대생들이 합격률을 높이는 노하우가 여기에서 나온다.
오래 달리기 뿐만 아니라 2분에 팔굽혀펴기 64회, 윗몸일으키키 74회를 해야 1급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윗몸일으키기는 복근뿐만 아니라 허벅지 근육까지 단련하지 않은 경우 만점에서 한참 아래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