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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Feb 12. 2019

리더는 타고날까? 만들어질까?

제 열일곱 번째 이야기. Leadership

리더십은 재능의 산물일까? 훈련의 결과일까?


리더십을 갈구하는 시대다. 시대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리더가 꼭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대에는 리더의 부재를 슈퍼히어로들이 채우고 있다. 어벤저스만 하더라도 인류를 대신해서 악당을 쳐부수고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는 등 누구나 머릿속에 꿈꿔온 멋진 리더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슈퍼 히어로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현실 속의 리더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었다. 로마제국의 시저, 프랑스의 나폴레옹, 미국의 링컨.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이순신, 세종, 도산 안중근 등과 같은 리더가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시저를 가리켜 천년에 한번 나오는 리더라 했다. 세종이나 이순신의 경우에도 조선 600년 역사에 같이 비교할 인물이 없을 만큼 탁월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 리더는 과연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가 아니면 일련의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수많은 병력을 이끌고 사지에서 죽음을 무릅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에게 더없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십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난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질문이지만 내 경험을 비추어 보면 리더십은 훈련의 산물이다. 물론 자신감이라든지, 큰 성량, 외형적인 모습 등등 리더십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십은 결코 훈련받지 않고는 발휘될 수 없다. 그리고 리더십 훈련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반드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조직을 필요로 한다. 


세계의 역사를 바꾼 율리우스 시저도 갈리아(프랑스)와 아프리카 등에서 죽음을 넘나드는 전투를 통해서 리더의 자리로 올랐다. 그의 후계자인 아우구스투스도 20세가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시저의 선택을 받아 리더의 역량을 향상시켜 로마 초대 황제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조선만 보더라도 단지 핏줄만으로 왕이 될 수는 없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가르침과 경연을 거쳐야만 하고 왕이 되어서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주변의 수많은 신하와 선비들의 왕이 어긋난 길을 가지 않도록 지켜보았기 때문에 스스로 왕의 위엄을 갖춰 나가야만 했다.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스티브 잡스도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애플을 설립했지만 자신의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해고 이후 다시금 의지를 다잡고 애니메이션 회사를 사서 토이스토리 같은 전 세계적 히트작은 만들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위기를 맞은 애플로 돌아와 아이폰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애플을 일약 1등 기업으로 올려놓는 리더십을 선보인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있는 이들이 시대를 이끄는 리더로 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리더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 남들 앞에 선 이들이다. 

 


젊은 날 수많은 실패와 시련을 통해 리더로 완성될 수 있다. 

24살 대학을 갓 졸업한 이에게 40명의 부하를 붙여주고 그들에게 지휘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있을까? 그것도 월급을 주어가면서 말이다. 단언컨대 군이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새파란 젊은이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기회를 기회로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책임과 의무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는 사회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특혜 중의 특혜다. 


사람들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글을 쓰는 일도,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지시하는 것도 해보지 않으면 다 쉬이 되는 줄 안다. 하지막 막상 그 일을 마주하면 자신이 그동안 업수이 여기었던 자들 만큼이라도 성과를 내려면 자신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글을 쓰는 것만 해도 남의 연애편지를 읽는 것은 쉽지만 내가 연애편지를 쓴다고 하면 첫 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40명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지시를 하고, 자신의 판단을 믿고 명령을 내리고, 야외에서 그들을 육성으로 지휘한다는 것은 훈련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학군단 후보생 시절 친한 동기생이 학군단 대표로 선출되었다. 학군단 대표는 '대대장'으로 칭해지고 1년 차와 2년 차 후보생을 합하여 100명 이상의 인원을 육성 지휘해야 한다. 100명을 운동장에 세워 놓으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들을 목소리로 지휘하려면 운동장 저 끝까지 쩌렁쩌렁 울릴 만큼의 성량과 명확한 발음, 그리고 앞에서 지휘하는 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제스처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지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학군단 대표가 된 그 동기생은 아버지가 육군 대령이었던 친구였다. 모두가 잘할 것이라 생각했고 본인도 문제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신고식 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록 창피를 당했다. 덩치에 맞지 않게 작은 목소리밖에 내지 못해 후미에 있는 후보생들은 앞에서 뭐라고 하는지 전혀 인지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앞사람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단상에서 바라본 이들의 모습은 오합지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그 친구는 그날부터 2주 동안 매일 아침 그리고 저녁 학교 운동장을 홀로 찾았다. 그리고 "부대~ 차렷! 열중 쉬어! 학군단장님께 대하여 경례!"를 한 시간씩 외치고 돌아갔다. 처음 며칠은 별로 나아짐이 없었다. 목으로 소리를 지르니 며칠 가지 않아 금세 목이 쉬었다. 그 정도면 그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목이 쉬어도 계속 이어갔고 일주일이 넘어가자 배에서 올라오는 울림이 큰 소리가 빈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연습한 동기생은 이날 이후 어떤 장소에서도 첫 신고식 때의 주눅 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훈련을 통해 리더의 덕목을 채워 나간 것이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가지 깨달음은 얻었다. 

'리더는 원석을 깎고 갈아서 만드어지는 보석이구나.' 


재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 목소리를 원하는 곳까지 전달하는 것은 훈련의 결과이다. ROTC는 자신의 리더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ROTC를 거치는 것만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과해선 안될 사실은 본인의 노력 없이는 원석 그 자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ROTC는 단지 자신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시험해 볼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대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ROTC의 문을 두드려 보기를 권한다. 본인의 역량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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