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보고의 방법과 요령
조직은 보고에 살고 보고에 죽는다.
군 생활할 때나 사회에 나와서 회사생활할 때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바로 보고다. 조직생활에서 보고는 혈액과 같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원활하게 혈액이 돌아야 몸이 제기능을 발휘하듯 조직도 수장이 지시한 사항을 실무자가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다시 Feedback 하는 것으로 건강함을 유지한다. 중간에서 보고가 끊긴 조직은 결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군에서 보고하는 방법만 잘 배워서 나와도 사회에서 평생 써먹을 무기다.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새우기도 하고 보고 하나를 잘해서 승진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보고는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특히 초급장교에게 보고의 요령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실전에서 부딪혀가며 배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참고할 만한 몇 가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보고는 타이밍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보고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제때 하지 못한 보고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보고의 타이밍을 재는 방법은 어느 정도 경험과 숙달이 필요하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서 3일 전에 보고해도 되는 단순한 내용인지, 아니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계획 보고를 올려야 하는 중요한 사항인지에 대한 경중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부대에 가면 경중의 구분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전임자가 했던 문서 분류와 보고 시점을 일주일 정도 전자결재시스템을 뒤져가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군대 업무는 작년에 했던 일을 올해 하고 올해 했던 일을 내년에 하는 구조다. 그러니 과거 문서를 통해 하는 학습은 짧은 저경력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혼자서 다해가면 다시 해야 된다.
군에서 제일 하기 싫었던 일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었다. 이때는 의욕도 많이 떨어지고 능률도 나오지 않는다. 했던 일은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지겨움에 짜증밖에 나지 않는다. 같은 일은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간보고 생략이다.
보고는 초도 보고, 중간보고, 결과보고로 구성된다. 초도 보고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상관의 의중을 파악하는 단계다. 전체 일에 프레임을 짠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다음이 중간보고다. 개인적으로는 중간보고가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이다. 중간보고는 횟수는 제한이 없다. 자주 내가 진행하는 방법과 방향이 상사가 지시한 것도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중간보고를 게을리하면 일을 초도 보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중간보고의 시점은 업무의 30% 진척 시점과 60% 경과시점에 최소 두 번은 하는 게 좋다. 여기에 필요시 한두 번 정도 보고를 할 수도 있으나 너무 잦은 중간보고는 상관이 귀찮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과보고를 하면 일이 마무리된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결과보고를 하지 않으면 업무성과가 어필되지 않는다.
초급장교가 자주 하는 실수
초급장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보고의 타이밍을 놓치는 것과 중간보고를 생략하는 일이다. 업무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일에 눌려서 급한 것부터 처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보고 시기를 놓치게 된다. 하루하루 일일보고 다음 주 예정 사항에 급급하다 다음 달에 있는 큰 행사를 준비시간을 날리는 일이 그것이다. 학교로 비유하면 매일매일 숙제에 허덕이다 시험 준비를 안 하는 것과 같다. 큰 행사가 훈련에 대한 보고와 준비는 적어도 3-4주 정도 리드타임을 가져야 한다.
급한 것부터 처리하다 보면 기한이 뒤쪽에 있는 일은 묵히게 된다. 그러다 보고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일이 아주 힘들어진다. 업무협조도 안될뿐더러 윗사람의 신뢰도 잃게 된다. 상관이 내가 하는 일은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말로 한두 마디 보고로 끝날게 서면보고로 바뀌고 질문이 많아져 준비할 참고자료가 늘어단다. 일이 두세 배로 증가한다는 소리다.
중간보고는 초급장교뿐만 아니라 조직생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생소한 단어다. '중간에 왜 보고를 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가진이도 많다. 그래서 초급장교들은 중간보고를 생략하고 멋진 결과물을 들고서 쨘하고 나타날 생각을 많이 하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 자기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했지만 윗사람이 결과물을 볼 때는 영 아니올시다인 경우가 백이면 백이다. 이 상황이 되면 상사는 자신의 의중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업무방향을 지시한다. 같은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