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 이야기. 퍼거슨 감독의 껌.
가치는 그 물건이 갖는 스토리에 매겨진다.
6억원이 넘는 씹던 껌이 있다. 1000만 명을 매료시킨 영화 '도둑들'의 캐릭터인 '씹던 껌'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노인이 씹던 껌이 경매장에 6억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이고 나왔다. 그 노인은 바로 영국의 유명한 명문 축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이다.
알렉스 퍼거슨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축구감독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간 재임하면서 서른여덟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평생에 한 번 우승하기도 힘든데 산술적으로 해마다 한 두 개 이상의 굵직굵직한 우승을 일궈냈던 명장 중의 명장이다. 1999년에는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 업적으로 '기사 Knight Bachelor 작위'까지 받아 Sir Alex Furguson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그 당시 감독으로 많이 알려졌다.
씹던 껌과 마지막 경기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란 팀에서 27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주요 구단에서는 감독이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 가까이 바뀌었다. 퍼거슨 경이 장기간 세계 최고의 팀에서 감독으로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지도력과 압도적인 성적 때문이다.
이런 퍼거슨 감독의 여러 특징 중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하나는 경기중 항상 껌을 씹는다는 것이다. 보통 야구선수들이 경기중 껌을 씹는 경우가 많지만 축구장에서 껌을 씹는 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퍼거슨 감독이 경기중 껌을 씹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그의 트레이트 마크가 되었다.
2013년 프리미어 우승을 이루고 그해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그는 역시 껌을 씹었다. 그리고 그가 그 경기를 마치고 뱉은 껌을 6억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경매시장아 나왔다.
물건이 갖는 스토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학창 시절에 친한 친구가 껌을 씹고 있으면 으레 "나도 껌 하나만 줘"하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친구는 새로운 껌을 꺼내서 주는 때도 있지만 씹던 껌을 뱉은 뒤 내밀며 '만원에 팔게'라는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화를 낼지언정 누구도 그 껌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 친구가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라면? '아인슈타인이 10대 시절 즐겨 씹던 껌',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 작품의 영감을 얻을 때 씹었던 껌'이라는 제목이 붙으면 만원이라는 가격표는 절대 비싸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같은 씹던 껌이지만 누가 씹었는가 또 언제 씹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가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 낸다.
퍼거슨의 껌처럼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스토리를 통해 상상도 못 할 가치를 갖는 경우가 있다. 그 유명한 예가 바로 [예술가의 똥]이다.
예술가의 똥
'예술가의 똥'은 이탈리아의 전위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 Piero Manzoni'의 작품이다. 그는 조그마한 통조림 캔에 자신의 배설물 30g을 담고 밀봉했다. 그리고 [예술가의 똥,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제작]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만초니는 이 캔을 90개를 만들었고 일련번호를 부여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세상에 누가 남의 배설물을 돈을 주고 산단 말인가.
만초니는 이 캔을 들고서 금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같은 무게의 황금과 맞바꿨다. 만초니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만초니의 작품은 최초 같은 무게의 금 가격으로 판매되었다가 2007년에는 1캔에 3만불 우리 돈으로 3천만원이 넘는 돈으로 영국의 미술관에 되팔렸다. 같은 해 이탈리아 경재장에서는 10만 8천불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돈에 낙찰되었고 2016년에는 그 두배가 넘는 24만불, 약 3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거래되었다. 지금 이 캔의 가격은 30만불, 3억원을 웃도는 것으로로 추정된다. 똥 30g이 말이다. 만초니의 배설물은 1g에 천만원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모든 가치의 본질은 바로 그것에 담긴 스토리다
인간은 소비의 화신이자 이야기의 동물이다. 같은 것을 소비해야 한다면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같은 스마트폰이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 폰이 없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 기능적인 면이나 디자인이 아닌 스티브 잡스라는 아이폰의 탄생 스토리다. 스티브 잡스 이야기에 매료된 이들은 타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기꺼이 감수하며 아이폰을 선택한다. 비록 기능이 다른 스마트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이것을 스토리 텔링의 마력이라 부른다.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 그리고 면접에 대비하는 이들은 스토리 텔링 마력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남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조건 또는 부족한 스펙이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바로 이야기를 더할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