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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Mar 15. 2019

내 삶에 이야기 담기

그 두 번째 이야기. 인생의 변곡점.

자기소개서 작성은 인생에 이야기를 덧칠하는 과정이다.


입사지원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손에 들면 막막하다. 뭐 이렇게 쓰라는 것이 많은지. 또 무엇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자기소개서를 읽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겨우겨우 분량을 채워서 마감기한에 제출하기 급급하다. 회사마다 원하는 양식은 또 어찌나 다른지. 매번 다른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정도다.  


우리가 '자기소개' 하나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본 경험이 없어서다. 일상적인 대화 말고는 남 앞에서 내 삶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4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나..."처럼 지극히 진부한 글머리로 시작하게 된다.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어록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당시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인생에서 겪었던 수만은 고난과 어려움, 그리고 환희와 성취 모두 한 개의 점을 찍는 행위이다.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찍었던 점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다. 절대로 없던 일에서 새로움을 창조해 내는 행위도 아니고 거짓을 꾸며내는 것도 아니다. 


점 잇기 그림


경험을 모두 나열해 보자

점 잇기 그림처럼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종이 위에 한번 써보자. 태권도했던 일, 피아노를 배웠던 일,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했던 일 등 어떠한 것이라도 좋다. 기억나는 작은 이벤트라도 적어두면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태권도 3단, 어렸을 적 괴롭힘 당했던 기억,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왜소했던 체격]

생각의 흐름대로 정리했더니 고등학교 시절 태권도 단증을 3단 취득했던 일, 어려서 몸이 허약하고 왜소해서 친구들에게 괴롭힘 받았던 기억, 작게나마 남을 도와주면 큰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떠올랐다고 한다면 이것을 단순히 엮는다면 건조한 문장만이 나온다. 


"왜소하고 허약한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고등학교 1학년에 태권도 3단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로 심신을 단련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타인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성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 소재에 조금 더 살을 붙이면 아주 재미있는 자기소개 글이 될 수 있다. 


"저는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한 달 일찍 세상에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조금 더 일찍 보았던 것을 시기했는지 어려서부터 운동에는 큰 소질이 없었고 병치레가 잦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짓궂은 친구들이 괴롭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작은 키와 허약한 신체를 단련해 보고자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체력에 부치고 남들 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낙심할 때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도전한 결과 거울 속엔 어느새 또래 친구들보다 주먹 하나는 더 커진 키와 체격의 제 모습이 비쳤습니다. 이와 더불어 태권도 3단의 단증은 자신감을 더해주는 노력의 증표였습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뒤로 숨지 않고 자신 있게 앞에 나서게 되었고, 주변의 어려운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또래 친구가 몸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할 때 당당히 나아가 도와주었고 그 덕분에 지금도 그 친구와 둘도 없는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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