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연군 Mar 20. 2019

공감이 주는 힘

그 세 번째 이야기. 호모 엠파티쿠스

인간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의 동물이다. 예전엔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를 높은 지능에서 찾는 이가 많았지만 지금은 지능이 아닌 공감 능력을 인류의 특성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 대표주자 중 한 명이 바로 제레미 리프킨으로 그는 인간의 공감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icus)’라고 명명했다.



공감이 주는 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은 시대의 트렌드다. 이미 수년 전부터 TV에서는 "안녕하세요"라던지 "김제동의 톡투유"와 같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주제가 되고 출연진들이 그 사연에 함께 공감하는 포맷이 자리 잡았다. 최근엔 "나 혼자 산다"나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이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대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 방송 시상식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주요 상을 휩쓸어가는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공감이 주는 힘의 본질은 동질성의 확대다. 인간은 함께 무리 지어 살아가는 동물인데 현대 사회는 무리 지어 사는데 어려운 환경이다. 개인은 철저히 개인으로 남아 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혼자의 삶도 이상하지 않고 그렇게 삶을 꾸려가는 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연예인들의 일상에서 공감대를 느끼도록 해준다. 


공감대가 있어야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고 반사회적 성향을 나타내는 이들을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로 부른다. 이들은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전혀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잔인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공감 능력이 공동체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는가 여부를 결정짓는 가늠자인 것이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미운 우리 새끼" 프로그램


일반적인 경험은 공감이라는 무기를 갖는다.

수천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가 있는 반면 그의 30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단 1억 원 남짓한 제작비 도로 엄청난 흥행을 냈던 '원스 Once' 같은 영화도 있다. 전자는 특별함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외계에서 온 변신하는 로봇들이 사악한 로봇과 싸우며 지구를 지켜낸다. 엄청난 스케일과 전에 보지 못한 광경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다시 말하면 신기함에 매료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런 눈요기 거리는 전혀 없다. 홍대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스킹 하는 거리의 음악사의 이야기다. 영화에서의 주인공들의 삶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아니 오히려 평범하기에 조금 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평범함에는 '공감'이라는 무기가 있다. 구태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그 공감의 힘이 있다. 


공감의 힘은 많은 이야기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익숙한 장면 하나 만으로 상대방과 내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치열한 올림픽 경기에서 안타깝게 입상을 놓친 선수의 눈물이나, 군에 입대하기 위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나누는 인사, 학창시절 3월의 새 학기 새로운 교실에서 처음 1년을 같이 보낼 친구들을 만나는 장면은 구태여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고 그때의 감정이나 그 장소에 맴도는 공기의 냄새까지 머릿속에 떠올리수 있도록 한다. 



자기소개서는 공감대를 확대해 가는 도구다.  

자기소개서를 받아 들면 막막하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답답함에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러다 시간에 쫓겨 인터넷에 나오는 사례를 몇 가지 참고해서 쓰면 남들과 비슷한 평이한 산문이 하나 완성된다. 그리고 그 자기소개서를 들고서 운이 좋으면 면접장까지 가게 된다.


자기소개서는 면접관과 기본적인 공감대를 넓히는 도구다. 남녀가 소개팅을 해도 첫 만남은 탐색전으로 끝나기 쉽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살아온 과정 등 비슷한 점을 계속 찾아나간다. 회사 면접도 소개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은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 5분 만에 상대방을 파악해서 30년간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소개서는 이 5분의 면접에 면접관이 나를 미리 파악해서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작가의 이전글 내 삶에 이야기 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