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서른네 번째 이야기. 화전양면전략전술과 포위섬멸전.
태영호 공사가 '3층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한국사회에 내어 놓았다. 황장엽 이후 세간의 주목을 받은 북한 고위급 인사가 탈북한 이후 쓴 책으로 출간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태 공사의 책은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리면서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했다.
북한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취하는 전술은 과연 무엇인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두 가지 전술에 대해 알아보자.
포위섬멸전
장교가 되면 전술에 대해 공부한다. 멍청한 장교는 적군보다 아군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서는 무능하고 멍청한 장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다이크 중위'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소위로 임관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소대장 임무를 맡는다. 소대장은 소대원 40명을 이끌고 분대/소대 단위 전투를 지휘하는 자다. 아군 전술은 물론 적군의 전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요구된다.
북한군의 기본적인 지상군 전술의 요체는 '포위섬멸전'이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상대방을 가둬두고 전투의지를 상실시키는 것은 물론 치명타를 가하는 전법이다.
이런 전술의 기원은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은 한국전쟁을 일으키면서 분소대 단위가 아닌 전체 북한군 전술로써 포위섬멸전을 획책했다. 1군단은 서측을 공격해서 서울을 점령하고 수원으로 이동한다. 2군단은 춘천을 공격하고 가평을 경유한 뒤 수원을 다다라 1군단과 합세하여 수원 위쪽 지역에서 국군을 포위섬멸하는 것을 계획했다.
1군단의 공격은 계획대로 진행되었으나, 2군단은 국군의 춘천 방어선에 발이 묶여 당초의 국군 포위섬멸작전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김일성은 이때 전쟁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2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새로운 인물로 대체할 정도로 전술 실패에 대한 화를 감추지 않았을 정도다. 이때의 춘천 방어가 실패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포위섬멸전술은 지금도 북한군 지상군 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화전양면전락전술
화전양면전략전술 내지는 화면양면전술이라고도 한다. 쉬운 말로 풀어쓰면 위장평화공세 정도로 할 수 있다. 앞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번 북미 회담도 북한의 화전양면술의 일환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많았다. 대표적 인물로는 태영호 공사다. 그는 책은 물론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일은 결단코 없다고 단언한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수백만 인민이 굶주려 죽어가며 만든 핵무기이고, 핵무기를 넘겨준 정권의 말로를 카다피를 통해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핵무기는 넘겨줄 생각도 없이 단지 회담의 지렛대로만 사용한다는 게 태영호 공사를 비롯한 여러 보수 인사의 지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로 언론에서는 미국 감시자산이 발견한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을 들었다. 영변은 그저 보여주기 식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이런 화전양면전술로 지적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90년대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되고 남북회담을 진행하면서도 96년도 강릉 무장공비를 침투시키고 99년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2000년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정도로 남북관계가 발전했음에도 제2연평해전과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다 급기야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도 수시로 미사일과 핵실험을 반복하면서도 국제사회 원조에 손 내미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태영호 공사도 자신의 책에서 북한은 항상 위기에 유화적은 제스처를 통해서 국제사회 이목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한 뒤 군사적 목표를 달성해 왔다고 밝힌다.
그럼 이번 북미 회담에 나서는 북한의 저의는 무엇일까? 김정은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100% 단언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 직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고조된 상황과 비교하면 판문전 선언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까지의 여정을 놀라움의 연속이다. 실제로 북한은 더 이상의 도발을 멈췄다. 남북도 휴전선에서 GP를 철수시키는 등 긴장완화 움직임을 본격을으로 취하고 있다.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평화를 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핵문제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의 우려와 같이 핵폐기를 전제로 하는 모든 회담이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이 아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