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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군 Jun 09. 2020

장교의 재무 관리

군대에서 사기당하지 않는 방법

400억대 사기 사건

2008년 전 군을 발칵 뒤집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중위 3명이 군 간부를 대상으로 400억대 사기를 친 것이다. 장교, 부사관, 군무원 및 민간인 등 피해자만 700명으로 이 정도 규모면 군대가 아닌 민간에서도 메인 뉴스감이다. 사기 수법은 전형적인 폰지 스킴(Ponzi scheme; 다단계 사기)이다. 폰지 스킴은 1920년대부터 이어진 아주 오래된 사기 수법으로 희대의 사기꾼인 캐나다인 찰스 폰지가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단계 사기로 알려졌다.

폰지 스킴의 구조는 간단하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고 투자금을 받아낸 뒤 새로운 투자자자를 모아 그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안겨주는 수법이다. 신규 투자자가 계속해서 무한정 나타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게 되고 돈을 넣은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결과를 낳는다. 돈을 버는 건 다단계 구조가 무너지기 직전 도망쳐버리는 사기꾼뿐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사기를?

이런 엄청난 사건을 3 사관학교 출신 중위 세명이 일으켰다. 군인 월급이야 뻔한 상황에서 그들은 수 억 원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몰며 동기들에게 부를 과시했고 하룻밤 새 수백만 원의 술값을 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부는 투자의 결과로 자본금을 함께 보태면 시중의 몇 배가 되는 이자를 안겨줄 것을 약속했다.

동기들이나 주변인들은 처음에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을 투자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투자한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배당을 받자 더 많은 돈을 다시 재투자했다. 여느 사기 피해가 확대되는 공식처럼 이번 사기 피해자들도  주변 가까운 지인에게만 알고 있으라며 자신의 투자 수익의 결과를 알리며 함께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이들 세명은 400억이란 거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유흥비로만 40억을 썼고 투자의 귀재라는 말과 다르게 200억을 투자 실패로 허공에 날렸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했던 이희진 사기꾼을 생각해 보시라. 좋은 투자처가 있으면 본인이 하지 남에게 가르쳐 주겠는가. 그런 일에 혹하는 순간 사기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알맹이 없는 사기는 끝이 났고 그들의 계좌에 남은 돈은 원금의 10%인 40억 뿐이었다.



사기당한 부대의 사기는 어떻게?

우리나라는 이상하리 만치 관료들에게 청빈하기를 원한다. 조선시대 청백리 사상이 아직도 내려온 결과인 듯하다. 군 장교가 사사로이 돈벌이를 추구했다는 것 자체가 손가락질받을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방부도 간부들의 재무 관리에 대해서 신경 써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이 사건이 터졌다. 


10년도 넘게 힘든 군생활을 하며 모은 돈 수천만 원을 사기로 날린 군 간부가 과연 정상적인 부대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동기생을 믿고 은행 대출을 받아가며 몇천만 원 빚을 지게 된 초급 장교가 이끄는 부대의 전투력은 적을 이길 수 있는 정도일까?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초급장교를 대상으로 한 재무교육이 시작되었다. 뭐 한두 시간짜리 교육으로 재무의 달인이 될리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가르친다. 누군가 시중보다 높은 수익을 약속한다면 99%는 사기라고.


초급장교들에게는 부나방이 많이 꼬인다. 사회생활도 없는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은 사회라는 험한 정글에서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모르겠으면 전역할 때까지 그냥 적금을 드는 것이 낫다. 훌륭한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아니 적어도 정상적인 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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