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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 Jun 30. 2020

[여행일기] 모로코_4

사람을 읽는 도시, 마라케시 Cont'd ('17년 3월 20일)

모로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 바로 음식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나라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하는 때도 종종 있지만, 지금까지 모로코 여행을 하면서 이 나라 음식에 대해 혹평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로코에서는 주요리로 고기도 많이 먹지만 지중해 원산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이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한 야채도 요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열대과일도 물론, 빠질 수 없다. 

메디나 거리를 걷다 보면 주로 광장 입구 쪽에 과일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광장 입구 앞으로는 비포장도로 위로 다니는 차가 많아서 별로 위생적이지는 않게 느껴졌지만, 눈으로만 봤을 때는 싱싱해 보였고 맛있어 보였다. 메디나에서 남자아이들이 모여있다면 축구 아니면 빵집이다. 괜히 빵집에 모여있는 게 아니었다. 스케일이 달랐다. 빵 속에 헬륨 가스 넣고 끈 묶어주면 풍선처럼 가지고 다닐 만큼 컸다. 한 빵집에 달이 몇 개씩이나 떠 있는 것인지-


왜 이렇게 빵이 하나같이 다 큰 것인지 생각을 해보니, 모로코 식사에는 빵이 기본으로 늘 나온다. 
버터에 발라서 먹으라고 주는 빵이 아니다. 심지어 모로코 여행하면서 빵이랑 버터를 같이 준 레스토랑은 없었다. 로컬들은 바게트 빵을 간단히 뜯어 먹듯이 여기에서도 식사 전에 그렇게 빵을 먹고 주요리가 나오면 왼손에는 늘 빵 한 조각을 집고 요리와 같이 먹는다. 오른손에는 포크를, 왼손에는 빵을. 요리에 있는 소스에 빵을 찍어 먹거나, 요리를 직접 포크로 빵에 꾹꾹 눌러 같이 먹는다. 평소에 빵쟁이로 불리는 나한테는 역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는. 하하. 나이프가 왜 필요해. 빵이 있는데.

오전에 바쁘게 돌아다닌 후 점심으로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타진 (Tajine)을 먹으러 찾아갔다. 타진이란 요리는 특이하게도 속에 내용물이 아닌 그릇에서 유래하는 이름이다. 흔히 볼 수 없는 꼬깔콘처럼 생긴 뚜껑이 그릇과 같이 나오는데 바로 이것을 본떠서 유래되는 이름이다. 나는 치킨 타진을 주문했는데 토마토소스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채소도 같이 담겨 나왔다. 맛은 진짜. 그냥. 너무 좋았다. 아침 일찍부터 걸어 다닌 탓에 몸이 피곤해서 더 맛있게 느껴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역할은 식전에 환타로 충분했다. 모로코 요리하면 빠질 수 없는 향신료! 정말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를 요리에 사용해서 그런지 맛이 더 풍부하고 음식을 즐기는 맛이 있었다. 역시 빠질 수 없는 빵. 그릇에 남은 토마토소스는 내 왼손과 몇 조각의 빵이 청소했다. 사실 주방에서 설거지하실 분 도와드린 셈. 하하. 



점심 먹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지붕이 있는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식사하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쿠투비아 모스크 (Koutoubia Mosque) ! 사실 앞에 보이는 타워는 미나레 (Minaret)라고 하며 이슬람교의 무슬림이 모스크를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유난히 크게 지은 건물이다. 쿠투비아 모스크는 마라케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슬람 3대 사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사실 무슬림만 입장이 가능하다. 이 사실을 주문받아주는 웨이터가 알려준 건 안 비밀. 하하. 뒤늦게 깨닫고 난 후 점심 먹으면서라도 눈에 충분히 담아두자는 다짐을 한 나. 모든 게 완벽했던 점심시간을 기록하기 위에 찍은 위 사진은 모로코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는 Simply Morocco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올라갔다. 내 여행 사진이 다른 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라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내심 뿌듯했다. 흐흐. 


여기 레스토랑 이름은 아직도 기억난다. Cafe Kif Kif ! 최고였다..! 

배불리 먹은 후 또다시 걸었다. 성공적인 흥정 경험을 위해. 모스크 앞까지 온 김에 이곳부터 둘러보고 광장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모스크를 둘러싼 야자수.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들만 찍어서 '여기는 LA'라고 인스타에 올려도 믿을법했다. 해볼걸.
친구들 사진도 찍어주고-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붉은 벽, 그리고 돋보이는 작은 나무 한 그루. 뒤에는 현지인이, 앞에는 나.

모스크 주변을 실컷 구경하고 다시 광장으로, 메디나 속으로 들어가 보니 다양한 상점들이 우리를 둘러쌌고, 각 상점의 상인들은 우리와 아이콘택트를 하기 위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뒤통수로도 느낄 수 있는 기운이었다. 마라케시까지 왔는데 기념품 하나는 사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골고루 구경하기-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던 상인. 카메라를 꺼내자 엄지로 포즈를. 인상이 너무 좋으셨다. 나도 같이 기분 업!
내가 직접 꾸미는 집이 있었다면 당장 사고 싶었던 등. 정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이 마음을 억누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위에 보이는 작품이 내 시선을 끌었다. 단순히 나무판자 위에 페인트칠을 한 것인데, 이 작품이 놓인 상점 안에 들어가 보니 화려하고 너무 예술적인 작품들이 벽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상인 아저씨한테 시원한 차를 한 잔 받고 천천히 구경하던 나는 여기서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사하라 사막의 경치와 함께 골프를 치고 있는 무슬림이 그려진 작품은 평소에 골프를 좋아하시는 아빠께 선물로 드리기로 하고 흥정을 시작했다. 여기에 걸린 작품들은 상인이 직접 그린 작품들이다 보니 흥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좀 어려웠다. 아니 거의 불가능했다. 5분간 계속 거절만 당했지만, 끝까지 버틴 나는 결국 20% 할인을 받고 기분 좋게 상점을 나왔다.  


기념품을 사고 나니 벌써 날은 어두워졌고, 마라케시에서의 하루는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보기 대여섯 개는 필요할 만큼 많이 걸은 하루였지만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분 좋은 일이 많았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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