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에 가면 가끔 ‘거울의 방’ 같은 곳이 있습니다. 빛의 성질과 거울의 반사각을 조정해서 보는 사람을 실제보다 홀쭉하거나 뚱뚱하게 보이게 만드는 곳이지요. 같은 대상이라도 빛이 어떻게 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순간적으로 ‘진짜 내 모습은 어떤 걸까?’라는 의문에 빠지기도 합니다.
기업을 바라볼 때도 비슷합니다. 어떤 보고서를 보느냐, 어떤 지표를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전혀 달라집니다. 마치 거울 앞에서 달라지는 모습처럼, 숫자와 표로 드러난 기업의 모습 또한 하나의 시선, 하나의 반영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거울을 통해 기업을 바라봐야 할까요?
바로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그리고 현금흐름표입니다. 이 세 가지 보고서는 동일한 기업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추는 거울입니다. 손익계산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성과를 드러내는 거울이고,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재산과 빚을 정지 화면처럼 포착한 거울이며, 현금흐름표는 돈이 실제로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흘러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인 것이죠. 같은 기업을 세 가지 시선으로 비춰보아야만 우리는 비로소 ‘왜곡되지 않은’ 모습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1) 손익계산서 (Income Statement)
손익계산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종의 성적표입니다.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쓰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어떨 때는 손익계산서(Profit and Loss Statement, P&L)로 불리기도 합니다. 손익계산서는 단순히 매출과 비용을 나열하는 표가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부문이 잘 되고 있고 어떤 부문이 뒤처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때로는 업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이 회사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죠.
샘플로 만들어 본 손익계산서입니다. 복잡한 표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앞에서 다뤘던 익숙한 단어들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바로 매출액, 매출원가, 이익, 상세한 비용 내역, 그리고 순이익이죠. 이 표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원칙은 바로 '매출에서 시작해 순이익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마치 물건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에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빼고, 최종적으로 남은 돈을 계산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수익, 비용, 이익, 손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재무상태표 (Balance Sheet)
이번에는 기업의 또 다른 중요한 거울, 바로 재무상태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가 1년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는 동영상이라면,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 즉 스냅샷과 같습니다. 재무상태표는 기업이 가진 것(자산), 갚아야 할 것(부채), 그리고 주주들의 몫(자본)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마치 거울의 세 가지 반사면처럼,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항상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역시 앞에서 살펴보았던 단어들이 보이네요.
재무상태표를 쉽게 이해하는 팁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첫번 째는, ALE 입니다. 자산(Assets)= 부채(Liability) + 자본(Equity) 기억하시나요? 재무상태표의 핵심은 바로 이 등식에 있습니다. 아래 샘플 표를 보면, 왼쪽에는 자산(Assets)이, 오른쪽에는 부채(Liabilities)와 자본(Equity)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이 공식은 재무상태표의 모든 숫자가 항상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쪽이 늘어나면 다른 쪽도 같은 금액만큼 늘어나야 합니다.
두번 째는 유동성과 비유동성의 배열입니다. 유동성이란 현금으로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는지를 의미해요. 재무상태표에는 현금처럼 바로 쓸 수 있는 유동자산이 먼저 나오고, 건물이나 기계처럼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비유동자산이 그 뒤에 나옵니다. 부채 역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먼저 나오고, 장기적인 비유동부채가 뒤에 나옵니다. 이 순서만 알아도 기업이 단기적으로 얼마나 현금을 잘 확보하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부채와 자본의 비율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채가 자본보다 크다면, 회사가 빚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는 말이겠죠. 반대로 자본이 부채보다 많으면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3) 현금흐름표 (Cash Flows Statement)
마지막으로 살펴볼 보고서는 현금흐름표입니다. 손익계산서가 '수익'을, 재무상태표가 '재산'을 보여줬다면, 현금흐름표는 이름 그대로 '현금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이 손익계산서의 순이익과 현금을 혼동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릅니다. 순이익은 장부상으로 기록된 이익일 뿐, 실제로 기업의 통장에 들어온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달러짜리 물건을 팔았는데 고객이 외상으로 사 갔다면, 손익계산서에는 100만 원의 수익이 기록됩니다. 하지만 통장에 현금은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죠. 이처럼 현금흐름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금의 흐름을 추적해 기업의 진짜 현금 상황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활동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현금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Cash Flows from Operating Activities, CFO), 투자활동 현금흐름 (Cash Flows from Investing Activities, CFI). 재무활동 현금흐름 (Cash Flows from Financing Activities, CFF)이 그것이죠.
CFO는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나타냅니다. 물건을 팔아 돈을 받고, 원재료를 사며 돈을 쓰고,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과정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영업활동 현금이 꾸준히 플러스라면, 그 기업은 자기 힘으로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CFI는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자산을 사고파는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나타냅니다. 또한 연구개발을 위해 자산을 확보하거나,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것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렇기에 CFI는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은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CFF는 회사의 자본 조달과 관련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나타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빚을 갚거나,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활동 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업의 외부 자금 거래를 보여주는 창구인 셈입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는 거울
지금까지 우리는 세 장에 걸쳐 재무제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쓰이는 재무제표는 여기에 나온 샘플보다 훨씬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계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다소 기초적인 설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읽어내는 힘입니다. 재무제표의 언어를 하나씩 분해하면, 결국 우리가 알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과거에 얼마나 잘했는지, 즉 수익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재무상태표는 기업이 지금 얼마나 튼튼한지, 즉 현재의 재정 상태를 보여줍니다.
현금흐름표는 기업이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즉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보고서는 단순히 숫자를 나열한 표가 아닙니다. 이들은 기업이라는 유기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투명한 거울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 거울을 통해 기업의 진짜 모습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