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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비추는 돋보기

by Dr Ryan

이번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기초 개념들을 조금 더 확장해 보려 합니다. 실제로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거나 회의 자리에 앉다 보면 ROI, ROA 같은 낯선 줄임말들이 마치 암호처럼 쏟아져 나오곤 하지요. 사실은 단순한 개념들이지만, 처음 접할 때는 헷갈리기 쉬운 용어들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이런 지표들을 돋보기처럼 확대해 보며, 기업의 성과를 읽는 또 다른 언어를 짧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수익성 분석의 첫걸음, Gross Margin (매출총이익)


가끔 장을 볼 때,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이것 팔아도 얼마 안 남아요’라고 하는 것을 들으셨을 것입니다. 매출총이익은 이 상투적인 대사의 ‘얼마’를 가리키는 것이죠. 바로 이 '남는 돈'이 매출총이익(Gross Margin)입니다. 매출총이익은 단순히 많이 파는 것보다 얼마나 잘 파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COGS)를 뺀 금액입니다. 이 금액을 다시 매출로 나눈 백분율(%)이 매출총이익률인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물건 하나 팔아서 남는 게 많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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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때, 매출총이익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이 숫자가 튼튼해야 영업이익과 순이익으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기업 재무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좋은 매출총이익률은 업종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따라서 어떤 회사를 평가할 때는 반드시 같은 업종의 경쟁사와 비교해야 합니다. 높은 매출총이익률은 보통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첫째, 회사가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둘째, 원가 관리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뜻이지요. 중요한 점은, 매출총이익에서는 이자나 세금 등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순이익률을 따져봐야 합니다.



2) Net Profit Margin (순이익률): 진짜 '내 주머니'에 남는 돈은 얼마일까?


위에서 다룬 매출총이익이 “이거 팔아도 얼마 안 남아요”에서 말하는 ‘얼마’라면, 순이익률은 그 이후에 모든 비용과 세금을 다 제하고 마지막에 회사 통장에 남아 은행에 저금 되는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출원가(COGS)뿐만 아니라, 월세, 직원 월급, 광고비, 대출 이자, 심지어 세금까지 모든 비용을 다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이익인 것이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당기순이익(Net Income)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번 회계 기간 동안 최종적으로 남은 이익을 뜻합니다. 순이익률은 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누어 백분율(%)로 나타낸 값인 것이지요.


만약 A씨가 카페를 하고 1,000달러를 벌었다고 해볼게요. 여기서 매출원가, 대출이자, 세금 등을 제하고 200달러가 남았다면, 순이익률은 20%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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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매출총이익과 순이익률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답은 둘 다 중요하다, 입니다.


매출총이익률은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가를 보여줍니다. 반면, 순이익률은 기업의 종합적인 관리 능력을 보여주죠. 매출총이익률이 높아도 광고비나 세금, 그리고 기타 비용 관리가 엉망이면 순이익률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순이익률은 기업의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자산의 가치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감가상각 방식을 어떻게 선택하느냐, 혹은 일회성으로 발생한 특별한 이익이나 손실을 어느 시점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을 평가할 때는 어느 한 가지 지표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여러 지표를 함께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ROA (총자산이익률): 기업의 진짜 살림 실력


ROA는 Return on Asset, 즉 이 회사가 가진 모든 것들을 얼마나 똑똑하게 굴리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죠. ROA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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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에 두 사람이 있습니다. A씨의 총자산은 100달러인 반면, B씨는 총자산이 200달러입니다. 두 사람이 똑같이 10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가정해본다면, 누가 더 효율적으로 돈을 벌었을까요? 당연히 A씨입니다. ROA는 바로 이런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A씨는 100달러의 자산으로 10달러를 벌었지만, B씨는 두 배나 많은 자산을 갖고 있었음에도 똑같은 돈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ROA는 바로 이런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ROA가 높다는 것은 적은 자산으로도 많은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이라는 뜻이고, 반대로 ROA가 낮다면 자산 운용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ROA는 기업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지요.


4) ROI (투자수익률): 내 투자가 돈을 벌고 있을까?


ROI는 투자수익률, 즉 Return On Investment의 약자입니다. 내가 투자한 자본에 대비해서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알려주는 지표지요. ROI는 주식 투자, 사업 투자,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상황에서 ‘들인 돈이 얼마나 값어치를 했는가’를 보여주는 간단한 지표입니다. 실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ROI를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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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분자를 수익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1,000달러를 투자해서 1,500달러를 벌었다면, ROI는 50%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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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I가 양수(+)면 이익, 음수(-)면 손실을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ROI가 높을수록 투자 대비 수익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죠. ROI는 이렇게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 성과를 빠르게 비교하거나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용하지요.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단점도 있습니다. ROI는 투자에 소요된 시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20%의 ROI’라는 숫자만 봐서는 그것이 한 달 만에 얻은 성과인지, 5년에 걸쳐 나온 성과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5. ROE (자기자본이익률): 주주의 돈을 얼마나 잘 썼는가?


ROE는 Return on Equity의 약자로, 이전 장에서 다룬 자본(Equity)가 들어갑니다. 이건 기업이 주주가 투자한 돈(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ROE와 ROI는 둘 다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지만, 측정하는 대상과 목적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누구의 관점에서 수익을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ROE는 ‘내 돈으로 얼마나 벌었어?’를 묻는 지표라면, ROI는 ‘이 사업으로 총 얼마나 벌었어?’를 묻는다고 할까요? 그만큼 ROE는 기업이 주주 가치를 얼마나 잘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주로 주식 투자자들이 회사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사용합니다. 그에 비해, ROI는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데 더 유용하며, 다양한 투자 기회들을 비교할 때 폭넓게 사용될 때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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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ROE가 20%라면, 주주가 들인 돈의 20%를 벌어들인다는 말이 됩니다.


ROE는 ‘주주의 돈을 얼마나 잘 굴렸는가’를 한 줄로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ROE가 높다는 것은, 주주가 맡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적은 돈으로도 큰 이익을 냈다는 뜻이죠. 반대로 ROE가 낮다면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사업 자체의 엔진이 힘이 빠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말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자본을 넣어도 이익이 잘 차오르지 않는 상황인 것이죠.


다만 ROE만 보고 성급히 좋다, 혹은 나쁘다를 단정하긴 이릅니다. ROE에는 함정이 있거든요. 부채를 크게 끌어 쓰면 ROE가 인위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돈 혹은 신용카드를 써서 명품을 사고 ‘전부 내 돈으로 샀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그래서 ROE를 볼 때는 반드시 부채 수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빚의 힘으로 키운 수익률인지, 아니면 사업의 체력으로 만든 수익률인지를 가려보아야 안전한 투자 판단에 가까워집니다.



6. Debt-to-Equity Ratio (부채비율): 남의 돈 vs. 내 돈


기업이나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이 돈은 크게 내 돈과 남의 돈으로 나눌 수 있죠. 여기서 말하는 내 돈은 자기자본(Equity), 즉 주주들이 투자한 돈이고, 남의 돈은 부채, 즉 은행이나 채권자에게 빌린 돈입니다. 부채비율은 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즉, ‘이 회사는 내 돈 1달러당 남의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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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C와 D씨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둘 다 1,000달러의 자기 자본을 갖고 있고 ROE는 20%입니다. 즉, 1,200달러의 이익을 내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만약 C씨는 부채가 1,000달러가 있지만, D씨는 부채가 300달러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C씨의 부채 비율은 100%인 반면, D씨의 경우에는 30%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이는 C가 D보다 더 많은 '남의 돈'을 빌려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C씨는 D씨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같은 20%의 ROE를 달성한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두 사람이 똑같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경기가 나빠지거나 사업이 흔들리면 C씨는 빚 부담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ROE와 부채비율을 함께 살펴보아야, 기업의 수익성이 튼튼한 자기자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부채에 기대어 만들어진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복잡한 숫자에 돋보기를 가져가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 재무제표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지표와 계산식이 존재하지만, 오늘 살펴본 개념들만 제대로 이해해도 기업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데 충분한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재무제표는 복잡한 암호문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사실 핵심은 매우 단순합니다. 결국, 그것은 기업이 얼마를 벌고, 어디에 쓰며, 무엇을 남겼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 언어의 기본 문법을 익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언어를 현실에 대입해 해석하고 응용하는 일입니다. 복잡한 숫자들을 보며 겁먹지 마세요. 그 안에는 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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