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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을 보는 창문 (1)

by Dr Ryan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선택을 합니다. 아침에 어떤 커피를 마실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주식 투자나 집 구매와 같은 중대한 결정까지 말이죠. 이런 결정들은 단순히 소비 습관을 넘어, 우리의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습니다.


선택의 과정에는 복잡한 정신적, 감정적, 인지적 요소들이 얽혀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어떤 이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또 다른 이는 감정에 휘둘리며, 누군가는 자신의 고집스러운 편향 속에 갇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선택의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항상 돈의 흐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 한 잔을 고를 때도, 투자를 고민할 때도, 심지어 내일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정할 때조차 결국은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의 문제로 귀결되곤 합니다.


재무 관리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도구입니다. 재무 관리는 거창한 회계학 교과서가 아니라, 사실은 누구나 쓰는 일상의 언어입니다. 월급날 통장을 열어보며 ‘이번 달엔 흑자일까, 적자일까?’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재무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몇 장에서는 이 재무 관리의 기초를 간단히 살펴보려 합니다. 물론 회계사나 전문가처럼 깊이 파고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펼쳤을 때, ‘아, 이런 그림이구나’ 하고 감이 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러 표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핵심 개념들을 간단히 잡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돈은 어떻게 말을 거는가


1) 자산 (Assets)

자산은 간단히 말해 내가 가지고 있어서 돈을 벌어다 주거나, 언젠가 팔아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자산은 집, 예금, 주식 같은 투자 자산, 혹은 값어치 있는 보석과 미술품 같은 소유물일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소유해서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자산입니다. 기업은 자산은 더 넓게 정의됩니다.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는 모든 것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 설비나 트럭 같은 유형 자산은 물론, 특허나 상표권 같은 무형 자산도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면 자산으로 인정됩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기업이 그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남의 집을 빌려 쓰는 건 자산이 아니고, 내 이름으로 산 집이어야 자산이 되는 것처럼요.


자산은 또한 유동 자산(Current assets)과 비유동 자산(Non-current asset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시간입니다. 유동 자산은 현금, 받을 돈, 재고처럼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현금으로 바꾸거나 소진할 수 있는 단기 자원입니다. 반면에 비유동 자산은 건물, 기계, 장기 투자 자산처럼 장기간에 걸쳐 가치를 창출하며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원입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시간 기준입니다. 유동 자산은 단기 운영에, 비유동 자산은 장기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산 중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것은 바로 현금입니다. 집이 수십 채 있어도 그 자리에서 벽돌 하나를 빼 빵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땅이 아무리 넓어도 흙을 퍼서 새 옷을 살 수는 없죠. 가게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신고를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입니다. 반대로, 현금은 내 주머니에서 꺼내는 순간 바로 빵과 옷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현금은 언제나 즉각적인 힘을 가진 자산의 왕으로 불립니다.


2) 부채(Liabilities)


여기서 말하는 부채는 여름에 부치는 부채가 아니라, 빚을 뜻하는 부채(負債)입니다. 부채는 쉽게 말해 남에게 빌린 돈이나 자원입니다. 지금은 내 손에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들이죠. 우리 일상에서 흔한 부채는 은행 대출, 신용카드 할부금 등이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에서 빌린 운영자금, 아직 치르지 않은 원자잿값(매입채무), 발행한 회사채 등이 모두 부채에 속합니다. 기업의 부채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유동 부채(Current liabilities)와 비유동 부채(Non-current liabilities)지요. 유동 부채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적인 재정적 의무를 말하며, 비유동 부채는 그 기간을 넘어서는 장기 부채를 의미합니다. 유동 부채는 직원들의 월급, 주주들에게 줘야 하는 배당, 매입 채무, 단기 신용 거래로 발생한 이자 등이 있습니다. 비유동 부채의 예로는 1년을 넘어 장기간에 걸쳐 상환해야 하는 의무. 회사채 발행으로 생긴 장기 부채나, 미래에 낼 세금을 미리 잡아둔 이연 법인세 부채 등이 있겠네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채에는 ‘빚’을 뜻하는 차입금(Debt) 도 포함됩니다. 차입금은 부채의 하위 개념으로, 은행 대출금이나 회사채처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빌린 자금을 주로 의미해요.


기억해야 할 점은, 부채는 물론 빚이지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업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부채를 이용할 수 있고, 개인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합니다.


디즈니 만화로도 만들어진 고전, 인어공주의 주인공 아리엘은 왕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목소리를 마녀 우르술라에게 넘깁니다. 이는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을 담보로 다리를 얻는 일종의 부채 거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산은 아름다운 목소리이고, 부채는 다리를 얻기 위해 포기한 목소리일 테죠. 이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와 비슷합니다. 성공하면 모든 것을 얻지만, 실패하면 자산을 영원히 잃게 되는 것입니다. 동화나 만화에서라면 생각해볼 만한 거래지만, 현실에서라면 이런 거래는 매우 위험합니다. 부채는 언제나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3) 자본 (Equity)


자산과 부채를 알아봤으니 다음은 자본입니다. 자본은 쉽게 설명하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즉 빚을 갚고 내 손에 남은 것, 그리고 회사에 투자를 한 주주의 몫을 말합니다. 맥주를 즐기시는 분들은 ALE (A-L=E)라고 기억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로 여러 물건을 사서 3,000달러의 카드빚이 있다고 해볼까요? 몇 달 뒤 카드값을 감당하지 못해 물건들을 모두 팔았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빚을 갚는 것입니다. 불어난 이자까지 포함해서요. 그리고 그 모든 빚을 다 갚고 난 뒤에 진짜로 내 손에 남아 있는 것 (만약 남아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본입니다. 기업에 있어서는 자본이 더욱 중요합니다. 자본은 주주가 실제로 보유한 몫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자산에 찍힌 숫자에 0이 많아 보여도, 부채가 잔뜩 껴 있으면 자본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여도 빚이 거의 없다면, 자본은 건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와 경영자는 늘 자본 규모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자본은 기업의 ‘체력’이자,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안전 쿠션’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은 단순히 현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건물, 기계와 같은 유형 자산뿐만 아니라 특허권, 상표권 같은 무형 자산도 포함됩니다. 기업의 자본이 많을수록 신용도(creditworthiness)가 높아져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쉬워지고, 이는 더 큰 성장의 기회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본을 늘리는 일을 최우선 목표 중 하나로 삼습니다.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거나,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본을 키워갑니다. 물론 주식 시장의 가치 변동과 같은 외부 요인도 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4) 수익 (Revenue)


수익은 기업이 핵심 사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총금액입니다. 보통 '매출'이라고도 불리며,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돈을 말합니다. 헷갈리는 부분은 바로 수익과 이익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익은 들어온 돈의 총액을 말하고, 이익은 물건을 팔고 난 돈에서 발생한 비용들을 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20달러에 팔았다면, 가계는 20달러의 수익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음식재료, 임대료, 인건비 등등을 빼고 남는 것이 이익인 것이죠.


재미있는 점은, 수익은 단순히 현금으로 들어온 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외상으로 팔았다면 아직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수익으로 기록됩니다. 이것이 미수수익 (Accrued revenue)인 것이죠. 이 방식은 기업의 성과를 실제에 가깝게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이 발생주의 회계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외상으로 물건을 팔았다면, 아직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미수수익’이라는 이름으로 장부에 기록됩니다. 반면, 현금이 실제로 오고 갈 때만 수익과 비용을 기록하는 현금주의 회계도 있습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 A가 5월에 회사 B에게 100달러어치 물건을 외상으로 팔고, 6월에 돈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현금주의에서는 5월의 수익은 0, 6월에야 100달러로 기록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5월에 이미 물건을 팔아 성과를 냈던 것입니다. 따라서 현금주의는 ‘돈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익은 기업 성과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수익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청신호입니다. 다만, 수익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를 반드시 함께 봐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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