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를 다룬 김에, 비즈니스 사이클(Business Cycle)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경기의 오르내림을 설명하는 이 개념은, 사실 누구나 알아두면 득이 되는 기본 지식입니다. 회의에서 한마디만 던져도 경제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니까요. 이제는 조금 친근해진 경제 용어들을 적용해볼 시간입니다.
명목 GDP와 실질 GDP
앞장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GDP에는 명목 GDP와 실질 GDP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명목 GDP(Nominal GDP)는 그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총 가치를 그해의 시장 가격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생산량이 똑같더라도 명목 GDP는 증가하게 됩니다. 반면, 실질 GDP(Real GDP)는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생산량의 변화만 측정합니다. 특정 기준 연도의 가격을 적용해 계산하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도 수치가 부풀려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10달러짜리 책상 10개를 생산하면 명목 GDP는 100달러가 됩니다. 이듬해인 2025년에 책상 가격이 11달러로 올랐고, 생산량은 여전히 10개라면 명목 GDP는 110달러가 됩니다. 하지만 기준 연도를 2024년으로 두고 계산하면, 실질 GDP는 여전히 100달러입니다. 생산량 자체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죠.
왜 굳이 여기서 물가를 제외해야 할까요? 110달러가 100달러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말이죠. 사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명목 GDP의 ‘착시 효과’ 때문입니다. 가령 2025년 명목 GDP가 전년 대비 10% 늘었다고 해봅시다. 정부는 ‘경제가 10% 성장했다’고 발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도 10% 올랐다면, 실제 생산량은 전혀 늘지 않은 셈입니다. 단지 물가 상승으로 수치가 부풀려진 것이죠. 더 나아가, 물가가 15%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요? 명목 GDP는 10%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생산량이 오히려 5% 줄어든 것과 같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경제의 진짜 성장 여부와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물가 거품을 걷어낸 실질 GDP를 봐야 합니다. 실질 GDP는 한 나라의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표를 제공합니다.
물론, 비즈니스 사이클을 이해할 때 실질 GDP만 보는 것은 부족합니다. 산업 생산, 고용, 소득, 판매 같은 지표들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경제의 생산량뿐만 아니라 일자리,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 기업의 판매 추세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경제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비즈니스 사이클
모든 나라의 정부와 기업이 바라는 것은 해마다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경제 성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빠르게 팽창하다가도, 어느 순간 속도가 둔화되거나 침체에 빠지기도 하지요. 이 경제의 오르내림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비즈니스 사이클입니다. 그리고 이 주기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네 단계는 확장(Expansion), 정점(Peak) , 수축(Contraction), 그리고 저점(Trough)입니다. 단어들이 상당히 직관적이지요?
1) 확장
경제가 확장 단계에 있다는 말은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활발해지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기업들은 이윤을 내고 투자를 확대하며, 일자리가 늘어나 실업률이 낮아집니다.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소비를 늘리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지요. 활발해진 수요를 따라 사회 전반에서 생산과 투자가 확대되고, 자금도 원활히 돌면서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됩니다. 다만 돈이 많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계에서는 GDP가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에, 흔히 모두가 체감하는 ‘행복한 시기’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2) 정점
경제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시기입니다. 성장률이 최고치에 이르고, 가격과 여러 지표가 잠시 안정되는 듯 보이는 때이기도 하죠. 다만, 이 시기에는 생산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물가가 급격히 오를 수 있습니다. 정점에 가까워질수록 노동시장도 활발해지죠. 실업률이 낮아지고 기업들은 넘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 임금을 올려서라도 근로자들을 붙잡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은 더욱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도 있겠네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거기에 수요에 힘입어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도 물가에 기름을 붓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스란히 가격에 전가됩니다.
행복한 시간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이 시기 이후에는 성장 동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며, GDP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 발 빠른 기업들은 ‘이제 정점에 이른 것 같다’는 판단 속에 투자와 지출을 재조정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3) 수축
경제가 수축 단계에 들어서면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고용이 줄어들며, 소비와 투자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은 이미 늘려놓은 생산량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워 시장에 물건이 남아돌게 되고, 이는 곧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가격 하락 압력을 부르죠. 이러한 수축이 장기간 이어져 실질 GDP가 계속 감소하면 경기 침체(Recession)에 접어들게 됩니다. 경기의 수축은 점진적인 과정을 의미하는 반면, 경기 침체는 그 과정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수축과 침체의 명확한 선을 긋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차이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질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할 때를 경기 침체라고 정의합니다. 쉽게 말해, 수축이 '경기가 나빠지는 중'이라면, 경기 침체는 '경기가 이미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실질 GDP를 제외하고, 경제가 수축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을까요?
첫 번 째는 고용지표입니다. 많은 직원을 뽑던 회사가 갑자기 신규 채용을 그만두거나, 내가 고용된 회사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보이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신호지요. 신규주문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다는 뜻이거든요. 소비자들이 미래 소득, 고용,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주택허가 횟수도 살펴보세요. 건설업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4) 침체
위에서 언급한 수축 과정이 길어지면 대체로 경기 침체로 이어집니다. 뉴스에서 가장 무겁게 들리는 단어이기도 하지요. 이 시기에는 고용이 줄고, 기업 이익은 감소하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침체는 영원히 지속하지 않습니다. 침체의 끝을 뜻하는 저점(Trough)은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동시에 반등의 출발점입니다. 기나긴 밤이 끝나고 새벽이 오듯이, 경제가 저점에 다다르면 생산과 소비는 점차 균형을 회복하고, 다시 확장 국면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시작합니다.
여기서 헷갈릴 수도 있는 개념들을 살짝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경기 침체(Recession), 공황(Depression), 그리고 디플레이션(Deflation)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정확히 구분해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기침체는 앞서 말했듯이 경제 활동이 한때 위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경제에 감기가 걸린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경기침체는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반면 공황은 일반적인 경기 침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깊고, 광범위하며, 장기적인 경제적 붕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업률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기업 파산이 속출하며,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하지요. 19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디플레이션은 자칫 오해하기 쉬운 개념입니다.디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의 반대 현상으로,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물건값이 전반적으로 내려가는 현상이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소비자로서는 기분 좋은 소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값이 내려가니 당장 물건을 더 싸게, 그리고 더 많이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장기간동안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같은 물건을 팔아도 수익이 줄어듭니다. 기업들 간의 가격경쟁 역시 심화되겠죠. 그러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직원을 줄이게 되고, 결국 가계의 구매력도 위축됩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앞으로 더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라는 기대 때문에 소비와 투자를 미루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요가 더 줄고, 기업은 더 어려워지고, 경기는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죠.
경제의 파도
지금까지 경제의 오르내림을 설명하는 비즈니스 사이클부터 그 핵심 지표들과 단서들, 그리고 경기 침체와 같은 중요한 개념들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경제는 결코 직선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경제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뉴스를 보고 ‘경기가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사이클이 주는 단서들과 핵심 지표를 통해 경제의 진짜 체력을 읽어낼 수 있게 됩니다. 복잡해 보이는 경제 용어들이 사실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