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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얼음과 불의 노래

by Dr Ryan



우리는 앞서 비즈니스 사이클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습니다. 경제의 변동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큰 위기와 불확실성을 불러오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런 경기의 파동을 우리는 그저 버텨내기만 해야 할까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파도나 소리 같은 파동은 정반대의 위상을 가진 파동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방파제를 세워 충격을 줄일 수도 있죠. 경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조지 R.R. 마틴의 소설 제목인 <얼음과 불의 노래>를 연상시키듯, 경제의 기류는 차가운 침체의 냉기와 뜨거운 과열의 열기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변동합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가 지나치게 뜨겁게 달아오르거나 차갑게 식지 않도록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바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도구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 짧은 장에서는 이 주제를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경제에 풀려 있는 돈의 양과 가격(금리)을 조절하는 정책이죠. 모든 나라의 신경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Federal Reserve System)에 쏠려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인 만큼, Fed의 한 마디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투자, 환율,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세계 금융시장은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요동치고는 하죠. Fed의 핵심 임무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 둘째, 고용 극대화를 지원하는 것. 그리고 셋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은행의 대출이 쉬워지고, 기업과 가계는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소비를 늘리게 됩니다. 실제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Fed(연준)는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렸습니다. 이는 통화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은행들이 서로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돕고, 시스템 붕괴를 막으며, 기업과 가계의 대출 부담을 줄여 경제 활동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과열된 투자를 식히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사람들은 새로운 투자나 대출을 꺼리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축이 결국 돈의 흐름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죠.


통화정책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앙은행의 결정은 금융시장을 통해 즉각 신호를 주고, 기대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미 금리가 충분히 낮아 더 내릴 수 없는 상황, 즉 제로 금리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정책이 금융시장에는 빠르게 전달되지만, 실제 기업과 가계의 행동 변화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통해 통화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시중의 국채나 기타 금융자산을 대규모로 직접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을 말하죠. 이렇게 하면 금융기관에 현금이 늘어나고, 장기 금리가 내려가면서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경제의 파동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정교한 조타 장치와 같습니다. 경기 과열을 식히거나 침체를 완화하는 대응 수단으로, 정부의 재정정책과 함께 경제 안정화의 두 축을 이룹니다


재정정책 (Fiscal Policy)


재정정책은 쉽게 설명하자면, 정부가 세금과 지출을 통해 경제의 방향을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통화정책이 돈의 ‘가격’을 움직이는 장치라면, 재정정책은 돈이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가야 하는지를 정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정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이자율을 조절하는 통화정책과 함께 거시경제 정책의 양대 축을 이룹니다.


재정정책은 주로 두 가지 주요 수단을 씁니다.


첫 번째는 정부 지출(Government Spending)입니다. 정부 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정부가 인프라, 즉 공공시설, 학교,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복지에 지출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서 경제 내 총수요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죠. 반대로, 정부 지출을 줄이면 총수요가 감소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거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세금, 즉 조세(Taxation)입니다. 죽음과 세금은 절대 피하지 못한다고 하던가요? 세금은 정부가 휘두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칼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낮추면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됩니다. 반대로, 세금을 올리면 개인과 기업의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재정정책은 상황에 따라 확장적 재정정책(Expansionary Fiscal Policy)과 긴축적 재정정책(Contractionary Fiscal Policy)으로 나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가계에 현금을 지원하고, 기업의 세금을 감면하여 소비와 투자를 자극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되면 긴축적 재정정책을 통해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경제의 열기를 식힙니다. 특히 소득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나 실업급여 같은 자동안정장치(Automatic Stabilisers)는 특별한 법 개정이 없어도 경기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해 경기 파동을 완화합니다.


재정정책의 강점은 목표를 정밀하게 겨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취약 계층 지원, 특정 산업 회생, 지역 균형 발전 등 통화정책만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죠. 그러나 결정 과정이 느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집행이 지연되거나,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죠. 하지만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 함께 경제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특히 금융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때, 재정정책이 경제 회복을 위한 결정적인 버팀목이 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재정정책은 소득 재분배, 특정 산업 육성, 사회안전망 구축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냉기를 다스리는 지혜


비즈니스 사이클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경제는 늘 뜨겁게 달아오르거나 차갑게 식는 파동을 반복합니다. 이 흐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라는 두 축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하고 균형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통화정책은 빠르고 유연하게 방향을 틀 수 있는 조타 장치라면, 재정정책은 더 크고 굵직한 방향을 결정짓는 레버와 같습니다.


경영자나 기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단지 국가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금리, 세금, 투자 환경, 소비 심리를 통해 곧바로 우리 삶과 사업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경제의 파동을 읽고 정책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는 것은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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