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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을 보는 창문 (2)

by Dr Ryan

5) 비용 (Expenses)


수익이 들어오는 돈이라면, 비용은 나가는 돈입니다. 누구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 하진 않지만, 기업이든 개인이든 돈을 벌고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써야 할 지출이 있습니다. 우리 생활 속 비용에는 집세, 식비, 교통비, 전기세, 구독료 등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도 있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쓰는 선택적 비용도 있죠.


예를 들어,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20킬로미터 떨어진 회사를 매일 걸어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교통비는 줄일 수 있겠지만, 신발은 금방 닳아 새로 사야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자산을 잃게 되니까요. 비용은 이렇게 단순히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다른 자산과의 균형 속에서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기도 한 거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재료비, 직원 급여, 사무실 임대료, 광고비 등이 들어갑니다. 이 모든 게 비용입니다. 비용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직접비(Direct Costs)입니다. 내가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직접 연결된 비용, 즉 원자재 구매비나 인건비 같은 지출입니다. 둘째는 간접비(Indirect Costs)입니다. 이건 특정 상품 하나에만 쓰이지 않고, 가게나 회사 전체를 굴러가게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칭하죠. 공과금, 장비의 감가상각비, 유지보수비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여기서 흔히 오버헤드(Overhead) 라는 말도 쓰입니다. 오버헤드는 간접비 중에서도 특히 고정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운영 비용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임대료, 전기세, 사무실 관리비 등이 이에 해당하지요. 따라서 모든 오버헤드는 간접비이지만, 모든 간접비가 오버헤드는 아닙니다.


또한, 매출원가(COGS: Cost of Goods Sold) 라는 개념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COGS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들어간 비용을 의미합니다. 원재료비, 부품비, 직접 인건비, 그리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경비 등이 포함됩니다. 즉, 비용 전체 중에서도 생산 활동에 직접 연결되는 부분만 따로 구분한 하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기업의 이윤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이는 곧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무분별한 비용 지출은 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업의 입장에서 비용을 아끼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공과금이 올라가면 생활에서 중요하지 않은 비용부터 줄여나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쓸데없이 소모되는 비용을 줄이면 이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비용을 절감하는 게 좋은 걸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비용을 무턱대고 줄였다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품질을 좌우하는 원재료 비용을 아끼려다 제품의 성능이 떨어져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성장을 이끌 핵심 인력의 급여나 복지 비용을 줄였다가는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이직을 결심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죠.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손실은 절감한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우리가 20km 떨어진 회사를 걸어 다니는 대신 교통비를 쓰는 것처럼, 기업도 단순히 '나가는 돈'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비용이 우리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비용은 과감히 줄이되, 회사의 성장을 위한 핵심 비용은 아끼지 않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다음의 질문을 생각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a) 나/우리 회사는 비용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고 있나?

b) 이 비용이 나/우리 회사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가?

c) 더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낼 방법은 없을까?


6) 매몰비용 (Sunk Cost)


매몰비용(Sunk Cost)이란 이미 지출해서 다시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돈이 아까웠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화려한 트레일러에 끌려 본 영화가 재미없을 때, 기대하고 주문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때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는데 괜히 불만을 말하기도 좀 민망합니다. 이때 우리가 지불한 영화 대부분 기업이 음식값은 이미 돌아오지 않는 돈, 바로 매몰비용입니다. 영화를 뒤로 돌린다고 극장이 환불해주지 않고, 음식을 다시 뱉어낸다고 해도 돈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기업 세계에도 매몰비용의 함정은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신제품 개발에 이미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시장 조사 결과, 제품의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합리적인 선택은 프로젝트를 접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경영진은 ‘이미 돈을 썼으니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혹은 ‘다른 성과라도 있겠지,’ 라는 이유로 투자를 이어갑니다. 결과적으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맙니다.


매몰비용은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고려하면 안 되는 비용입니다. 앞으로 무슨 선택을 하든, 이미 쓴 돈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선택이 더 이익을 가져올 지입니다. 모건 하우젤의 &대부분 기업이 심리학&대부분 기업이 좋은 예가 하나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가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을 집필할 때 경험한 일화입니다. 츠바이크가 말하길, 카너먼은 끝없이 다듬던 원고를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글로 바꿔 보내고는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시작도, 끝도, 사례와 연구도 모두 새롭게 구성된 원고였습니다. 츠바이크가 그 비결을 묻자, 카너먼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는 매몰비용이란 게 없습니다(I have no sunk costs).”


카너먼의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닙니다. 매몰비용, 즉 이미 쓴 돈과 노력이 아까워 합리적 결정을 망치는 심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 중 하나입니다.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거나,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것처럼요.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부릅니다. 이미 쓴 돈과 노력이 아까워, 오히려 더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되는 비합리적 판단이죠. 어떨 때는, 솔직히 말하고 돈을 더 현금주의 다른 음식을 시키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7)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마지막으로 기회비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기회비용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포기하게 되는 ‘차선의 선택’의 가치를 말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 특히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선택의 이익은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이것을 얻기 위해 저것을 놓친 대가’가 바로 기회비용입니다.


이 개념은 사실 우리가 내리는 거의 모든 선택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선택하면 짬뽕을 먹을 기회를 놓치게 되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등장했지만, 짬짜면을 먹는 순간 스테이크나 초밥을 포기하는 또 다른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시간을 예로 들어볼까요?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합시다. 그 시간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영화 보기’를 선택했다면, 영화의 기회비용은 ‘친구 만나기’와 ‘운동하기’ 중에서 당신에게 가장 아쉬웠던, 즉 가장 가치가 컸던 활동이 됩니다. 운동을 포기한 게 가장 아쉬웠다면, 그 기회비용은 바로 운동이 되는 것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0억 원의 투자금이 있다고 할 때, 그 돈으로 새 공장을 지을 수도 있고,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신제품 개발을 선택했다면, 그 기회비용은 ‘새 공장을 지었더라면 얻었을 미래의 수익’이 됩니다.


기회비용의 핵심은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우리는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눈앞의 이득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가치, 즉 기회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기회비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미다스 왕의 황금 손 이야기입니다. 디오니소스가 미다스 왕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소원은 이루어졌고, 처음에는 기쁨에 들떴습니다. 나뭇가지도, 돌멩이도,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모두 황금으로 변했죠. 하지만 곧 그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빵을 잡으면 빵이 황금으로 변하고, 포도주를 마시려 하면 잔이 입술에 닿기도 전에 황금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안으려 했을 때조차, 그녀는 차갑고 무거운 황금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미다스 왕이 얻은 '황금'의 기회비용은 바로 '평범한 삶’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선택을 함으로써,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들을 포기한 것이죠. 이처럼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진 가장 중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나요? 그 선택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나요? 그리고 그로 인해 포기하고 있는 또 다른 기회는 무엇인가요?


돈의 흐름을 보는 창문


이번 장에서 우리는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그리고 매몰비용과 기회비용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개념들은 단순히 회계 장부 속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기업 활동을 관통하는 돈의 언어입니다. 이제 우리는 돈의 흐름을 읽는 기본 창문을 하나 얻었습니다.


다음 장부터는 이 창문을 통해 더 큰 그림을 보게 될 것입니다. 숫자의 언어가 어떻게 기업의 성과를 설명하고, 나아가 경쟁력과 미래를 결정짓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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