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이 아이스크림 크로플과 커피 두 잔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내면 그 후론 쭉 그곳을 찾는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그랬고,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그렇다. 방문이 잦아지다 보면 어느덧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곤 한다. 날씨가 춥네요. 이제 겨울도 다 갔죠. 장마철이 시작되나 봐요. 이렇듯 일상의 표면적인 대화가 오고 간다. 신혼집 근처에도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고, 아내와 자주 오기 시작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아이스크림 크로플이 맛있어서다. 크로플은 집에서도 종종 해 먹고는 하는데, 왜 여기에서 먹는 맛이 안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이스크림의 온도를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듯하다. 먹었을 때 약간 입안이 시려지는 정도인데 따뜻한 크로플과 어우러지는 맛이 좋다. 다음 이유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다. 코지하고 심플한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은은한 화이트톤을 좋아하는데 그런 색감을 담은 장소다. 벽에는 카페 사장님이 직접 여행 중에 찍은 듯한 사진이 자연스럽게 기대어있다. 카페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 나타나는 장소는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가 나온다. 그다음은 파리의 거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엽서들과 엽서 사이즈의 작은 영화 포스터들이 벽면을 가득 매운다. 이렇듯 카페의 한쪽 벽면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며 로망이 담긴 해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뉴욕과 유럽 감성에 젖어들 때쯤이면 마샬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카페의 컨셉과 어울리는 분위기의 음악이 서서히 카페를 가득 채운다. 음악에 따라 약간씩 몸을 흔들며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한 시간이 넘게 흐르곤 한다. 이곳은 우리들의 아지트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나와 이것저것 검색을 하거나 글을 쓰고, 아내는 가계부나 다이어리를 가져와서 하루를 정리한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이곳에서 쌓여가고 있다. 고민 없이 아이스크림 크로플과 커피 두 잔을 주문한다. 크로플을 한 입에 먹기 좋게 작은 사이즈로 썰기 시작한다. 왼 손에는 포크를 들고 반대편 오른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나눠가며 코지하고 심플한 분위기를 먹고 마신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카페에 와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가계부에 지출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 아쉽게도 열흘 뒤에 이곳은 영업을 종료한다고 한다.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추억에 일시정지 버튼이 눌려지는 기분이 든다. 노란 은행잎과 갈색 단풍이 거리를 채웠던 가을날에 기억이 이곳에 있고, 눈 내린 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깃든 기억이 이곳에 있다. 이제는 우리의 추억을 상자 속에 넣고 잠시 지켜보기로 한다. 이곳의 새 주인이 온다면 그때부터 새로운 상자에 다음 기억들을 보관해보려고 한다. 어떤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