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슨 색일까

그때의 하늘 색이 어땠는지.

by Ryan mn

“야 뭐가 그렇게 바빠. 하늘 좀 보고 살지 그래?”

회사 동료에게 그런 얘기를 종종 들었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커피를 자주 마시는 동료가 있다. 그는 내게 그렇게 일만 하다가는 큰일난다며, 언제나 사무실 밖으로 끌고 나가준다. 물론 흔한 중년의 남성들처럼, 그의 말투는 언제나 살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관되게 나를 걱정했다. 어떻게 차 한잔 하자고 하지를 않냐며 나를 다그쳤다.

“그렇게 하다가는 번아웃 되는데. 사회규범대로 살아온 모범생들을 뽑아 놓으니 다들 저렇게 일에만 빠져드는 거야.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하늘 좀 봐 봐라.”


그때의 하늘 색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푸른색이었을까, 흰색이었을까. 거짓말처럼 회색이었을까. 하늘을 올려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입사를 하고 4년쯤 흘렀을까. 고개를 들게 되었고 앞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벤치가 있었고, 안락한 휴식처 뒤로는 비교적 잘 관리된 토양 위에 건사하게 심어져 솟아있는 멋진 나무들이 보였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빈 공간이 있었고 그게 바로 하늘이었다. 생각보다 푸르렀다. 누가 하늘이 무슨 색으로 보이냐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은 일단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푸른색이든 흰색이든 회색이든, 아니면 구름에 가려 판단조차 하지 못할지언정, 고개를 들지 않으면 내 시야에 들어올 수조차 없는 존재였다.


용적률이 높고 건폐율 또한 높다. 건물이 높고 빼곡하게 지어졌다는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이야기다. 다행이라면 층수가 높아서 거실에 앉거나 누우면 하늘을 볼 수 있다. 마치 해변가에 서있는 것처럼 수평선이 나뉜다. 시야를 상하로 이등분한다. 아래는 앞 건물이 받쳐주고 위에는 하늘이란 게 있다. 거실 벽면 한쪽 끝에 놓인 소파에 누워 종종 하늘을 보았다. 거실 발코니가 확장된 구조라 창호를 기준으로 집 내부와 바깥이 나뉘었다. 화창한 날이면 직사광선이 바닥에 내리 꽂혔다. 정남향을 바라보고 있어서 한여름 오전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이내 뜨겁게 내리쬐었다. 굵직한 빗줄기를 매섭게 퍼붓는 날에는 창을 뚫고 하늘이 들어올 것만 같았다. 코로나가 일상이 된 후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하루는 푸르렀다가, 이틀째는 눈이 멀 것처럼 눈부셨었다가, 삼일 째에는 암흑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가. 하늘을 보게 되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같은 하늘인데 매번 달랐다. 그렇지만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늘 색이 어땠는지 자꾸만 떠오른다. 고개를 들은 후로는 하늘 색을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대신, 잊을 수 없었던 고통들을 하나 둘씩 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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