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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Feb 12. 2023

홀로 있는 시간의 소중함

외로움은 엄청난 기회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며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아버지의 시간, 남편의 시간, 그리고 아들/사위로서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이 있었기에. 하지만 사실 나는 나 자신과 세상만이 존재하는, '홀로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 시간은 '자유로움'의 시간이기도 하고, 나를 채울 수 있는 '회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10~20대 때만 해도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움'의 다른 말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다거나, 영화를 본다던가, 어딜 간다거나 하는 친구들을 가리켜 "너 왕따 아니야?"라고 놀리는...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은 때론 그런 놀림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 역시도, 혼자 있고 싶고 혼자 해볼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친구를 불러 같이 하곤 했었다.


30대가 되어서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는 내 마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직장상사나 동기들이 술 한 잔 하자고 했을 때, 아는 형님들이 담배 피우러 나가자고 했을 때, 무슨 모임을 한다고 했을 때... 난 술도 좋아하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지만, '혹시 무슨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저 자리에 없으면 나중에 대화에 못 끼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억지로라도 그 자리에 참석해 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과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가끔 점심약속이 없을 때, 회사 근처에 있는 남산을 한 바퀴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평일 아침에는 다소 이른 시간에 회사에 출근해서 글감도 모으고, 책도 보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업무 시작 전의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본다. 저녁에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10시부터는 내 서재에서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작성 중인 논문도 수정하고, 책도 읽고, 브런치에 글도 올린다.


코로나 이후, 저녁 모임과 술자리가 많이 줄었다. 원래부터도 그런 시간을 그렇게 즐기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이렇게 보내는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의무감에 나가기보단 나만의 기준을 세워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만의 저녁 모임 참석 기준은 3가지이다. 첫째, 그 시간이 유쾌하고 재미가 있을 것, 둘째, 나에게 유익하거나 의미가 있는 모임일 것, 셋째,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참석하지 않을 것.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물론 중요하다. 그 시간의 필요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내가 조금 단단해졌기에 나의 생각과 행동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로 나 자신이 되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제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에만 쓰고 싶다. 횟수를 통제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잦은 모임 참석은 규칙적인 생활패턴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런던에 페스트가 창궐해 고향으로 돌아갔던 아이작 뉴턴도 홀로 있던 그 시간에 미적분학을 체계화시키고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힌트를 얻었다. 다산 정약용도 마찬가지다.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한재우 작가의 책 <태도 수업>의 '외로움은 위기가 주는 선물이다.'라는 글에서도 이런 문구가 나온다.


외로움은 엄청난 기회다. 다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그렇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외로움의 시간, 홀로 있는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다. 그래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고 꿈꾸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을 더욱더 의미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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