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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Feb 15. 2023

Only One이 되라는 말이 역겨운 이유

책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를 읽고

'야마구치 슈'라는 일본 작가가 쓴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공감가는 내용 하나를 발견했다.


야마구치 슈, <어떻게 나의 일을 찾을 것인가> 127~128p


실제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말이
꼭 그 상태에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발 밑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도 똑같은 모양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돌멩이가 '난 세상에 둘도 없는 오직 하나'라고 아무리 이야기한들, 돌멩이가 갑자기 가치 있는 보석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뭐 어쩌냐는 반응만 나올 뿐이다.


정말 팩폭 그 자체다.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라, 나만의 기준을 가져라,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등등.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삶. 물론 중요하다. 내 삶의 과정은 모두 내 색깔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나만의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철저히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현재의 부족한 내 모습을 먼저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나다움을 만들고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심지어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나다움부터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완하거나 가꿔나가야 할 부분을 찾지 않은 상태로, 나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해보지 않은 상태로, 나다움만 강조하다 보면 부족한 부분은  자체로 성장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돌멩이가 되고 말 것이다.


난 원래 그래. 난 잘하고 있어.


소위 MZ세대들은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 긍정 욕구도 강하다고들 한다. 나는 한 세대를 하나의 특징으로 싸잡아 평가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연령대로 묶은 MZ세대 중 안 좋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은 그 사람 개인의 문제이지, 세대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그냥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이상한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혹여나 그런 MZ세대 중 자기만의 길을 가라는 자기계발서 내용을 오해해서 자기애와 자기 긍정에만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 사람이 자기애에만 빠져 성장할 기회를 놓치는, 그런 일만큼은 제발 하지 말라 충고해주고 싶다.


자기부정은 분명히 필요한 가치다. 언제까지 서로 위로하고 안심하며 더 이상 크지 못한 분재처럼 살 것인가. 그렇게 사는 인생이 과연 가치 있는 인생일까.


후배들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 오지랖 한 번 부려보았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기안84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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