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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Feb 26. 2023

소금빵의 매력

더 맛있는 소금빵을 찾기 위한 여정

아마도 작년부터가 그 시작이었던가.


입맛도 없고, 나이가 들었는지 음식 소화도 신통치 않았다. 원래도 입이 짧은 편이었는데 어렸을 때도 잘 안 하던 편식을 최근에서야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생선이나 해조류를 즐기지는 않았지만 종종 먹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선, 특히 활어회는 아예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닭고기도 어느 순간부터 먹기가 싫어졌다. 아예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즐겨 찾지는 않는 정도. 우유나 요거트 같은 유제품은 소화효소가 나한테 없다는 진단(유당불내증)이 내려진 이후로는 입에 거의 대지 않는다.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도 건강관리 차원에서 되도록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렇게 음식에 까다롭고 민감해진 내가 최근 유독 집착하는 음식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소금빵'. 소금빵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래서 소금빵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면 꼭 찾아가서 먹어보곤 했다. 어디를 가든 근처 베이커리에 들리게 되면, 소금빵부터 찾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소금빵을 파는 곳을 찾아 헤맸다.


처음에 정착한 곳은 A라는 곳이었다. 그곳의 소금빵을 먹어보곤 소금빵이 이런 것이구나를 처음 깨닫게 되었다. A의 소금빵은 약간 탄내가 났지만 기름이 주르르 흘렀고, 씹었을 때의 바삭한 맛이 좋았다. 하지만 여러 번 먹을수록 탄내가 못내 아쉽고 거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B라는 곳이 동네 근처에 생겼다. B의 소금빵은 A의 소금빵에 비해 빵이 부드럽고 버터 냄새가 더 강했다. 하지만 바삭한 맛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A에서 느꼈던 소금빵의 바삭함보다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자주 먹어봤던 익숙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특별함을 기대했던 내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에 C라는 곳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C의 소금빵은 바로 겉바속촉의 정석, 그 자체였다. 탄내도 없었고 적당한 바삭함이 느껴졌다. 빵 한가운데 비어있는 공간에서 솔솔 풍겨 나오는 버터의 풍미가 아주 일품이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백종원 아저씨가 TV 예능에서 한 입을 딱 먹고 나서 싱긋 웃을 때의 그 느낌이 아마도 이런 것이지 않을까. 맛집임을 확신하는 그 웃음. 아마도 난 C의 소금빵에 당분간 정착할 것 같다.




소금빵의 매력.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는 일처럼, 사람도, 일도, 매 순간의 결정들도 확신의 연속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듯하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도 음식도 익숙한 것만 찾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새로운 것을 찾아야 더 나은 '소금빵'을 찾아낼 수 있다. 담백한데 기름기까지 적당히 있는, 맛나고 먹을 때 웃음이 절로 나오는 그런 소금빵 말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일요일 오후, 더 나은 삶의 기쁨을 찾기 위해, 익숙하고 쉬운 것보다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꿈꿔본다. 더 맛난 소금빵이 어딘가 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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