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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n 05. 2023

40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나이

40대의 의미

요즘 들어 새삼 나이를 인식하게 된다.


20~30대 때만 해도 누군가가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오면 대답을 머뭇거리기도 했었는데(정말 내가 몇 살인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지금은 내 나이를 명확히 인지한다. 아니, 이제는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달력을 볼 때도, 거울을 볼 때도 말이다. 매년 1살씩 먹어가는 것이 두렵고 슬프다.


40세를 '불혹'의 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40대쯤 되면, 세상 일에, 각종 유혹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40대가 되면 당연히 유혹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저절로 생기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불혹은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어쩌면 불혹이란, 40대가 되면, 응당 이런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일종의 필요조건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40대는 이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나이다. 이 세상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나이다. 세상이 왜 이러냐고 비판하고 답답해할 나이는 이제 지났다. 이제는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나이다. 40대에 천방지축으로 세상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댄다 한들 그 누가 들어줄 사람이 없다. 후배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따름이다.


40대에는 인정욕구도 내려놔야 한다. 잘 보이고 싶은 욕구, 칭찬받고 싶은 욕구도 내려놔야 한다. 남에게서 나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나를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할 나이다. 왕년에 잘 나갔던 내 모습을 자랑하며, 인정욕구를 채우는 모습은 이제 슬슬 추하게 느껴질 때가 되었다.


40대는 건강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의 건강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가족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먹고 싶다고 함부로 먹고, 마시고 싶다고 함부로 마셔서는 안 될 나이인 것이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보면, 40대는 반생을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 반생을 잘 살아왔다면, 그동안의 세월을 잠시 돌이켜 보고 나머지 반생을 위해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한다.


타고난 것이 많아 그것에 기대어서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제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발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타고난 것을 써먹는 것은 40대가 마지막이다. 그 이후의 삶은 나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다. 40대의 삶을 잘 넘겨야 앞으로의 남은 반생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머지 반생은 '40대의 나'가 책임지는 것이다. 


'책임감'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40대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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