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이번에 놓치면 14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블루문을 보며 문득 이 광활한 우주속에서의 나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8월 31일 그날 저녁 블루문 (갤럭시 S23 Ultra 100배 줌 촬영)
차마 인간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넓이와 깊이를 가진 우주. 그 넓은 우주의 수없이 많은 은하계들 중 하나인 태양계와, 그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 하나인 지구, 그리고 그 지구에서 작디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5천만 명 중 한 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그렇게 본다면, 이 우주에서 나의 존재는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티끌보다도 작은 그런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가지각색의 사건들은 너무나도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간혹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저 멀리 있는 우주와, 광활한 우주 속의 나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 쓰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스트레스받던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얻을 수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다가, 아폴로 7호 우주비행사였던 '월터 쉬라'의 말 하나가 마음에 콕 박혀 밑줄을 그어 보았다.
"(246p) 우주에서 이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위에서 지구인 동료들이 서로 싸우고 서로 전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게 생각되는 것이다. 아무리 싸워도, 그 가운데 누구도 이 지구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더 생생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미움이 모두 얼마나 소소한 것인지를.
우주공간에서의 나의 위치란 무엇인가. 한편으로는무한히 겸손해지기도 하고, 때론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에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마냥 인간이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이토록 작은 지구 위에서 지구보다 훨씬 작은 존재로 살아가면서 인생의 덧없음에 허무함이 느껴지지만, 때론 그 허무함이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또 다른 책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을 읽으며, 이 넓고 깊은 우주 속에서의 존재 의미에 대해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모두 티끌처럼 사소하지만 태산 같은 무거움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이라며 사람들을 위로한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모든 존재는 특별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확률의 우연으로 만난 원자들의 짜임이 '나'라는 존재를 만들고, 내가 포함된 여러 존재들의 모임이 다시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니.
우리는 이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위대한 우주의 일부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있다.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고 우주가 없으면 나도 없는 것이다.
다만,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결코 우주의 전부가 아님을, 티끌보다 작은 것임을 상기하며 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