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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Oct 03. 2023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신종호 저 | 21세기북스

"저, (사실은) 감정적인 사람이라니까요."


왠지 이런 고백같이 들리는 제목의 책이다. <서가명강> 시리즈에는 좋은 책들이 참 많은데, 이 책은 올해 6월에 출간됐으니 꽤나 따끈따끈한 책이다. 그간 읽었던 인간의 심리를 다룬 책들의 상당수는 감정보다는 이성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감정적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찾아 게 되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하여 최근까지도 감정이라는 것은 억제해야 고 남들 앞에서 함부로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리에 근거한 생각이나 행동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감정은 특별히 깊게 이해해야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 감정이라는 것에 더욱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가끔 원인 모를 감정에 휩싸일 때면 많은 시간을 쏟아도 도무지 그 감정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내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던 탓이다.


일반적으로 '감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쁨과 즐거움, 분노와 짜증, 설렘과 부끄러움, 실망과 안타까움, 불안과 초조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감정과 정서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감정'이라는 용어의 정의와 함께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2-24p) "...'감정'은 어떤 대상에 개인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느낌 상태를 말한다. 특정 환경 자극에 의해 유발되어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기분 상태인 '정서'나, 강렬함이 비교적 낮고 확산적이면서 지속적인 느낌 상태를 말하는 '기분'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이 책에서는 감정과 정서의 두 개념을 상황에 맞게 선택해 사용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심리 상태를 가리킬 때는 주로 '감정'이라는 용어를, 특정 상황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심리 상태를 나타낼 때는 '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나의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으면, 감정과 이성의 불균형이 생기고, 내 삶이 불행해진다. 그래서 행복감을 제대로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성과 합리성만으로는 반절만 이해한 셈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왜 정서를 조절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해답이 나와있다.


첫째, "쾌락적 동기", 심리적 불쾌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이다.

둘째, "도구적 동기", 내가 해야 할 어떤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자신의 정서를 좀 더 나은 상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기 때문이다.

셋째, "친사회적 동기",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넷째, "인상관리 동기",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표출하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더 좋게 평가하도록 나의 정서를 조절해 표현하기 위함이다.


왜 정서를 조절하려 하는지를 알고 나니, 감정 조절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바로 다음 챕터에 그 내용이 나온다.


첫째, "상황 선택 전략", 나에게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는 방식이다.

둘째, "상황 수정 전략", 상황을 내가 먼저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모임 주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에 우리끼리 따로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셋째, "주의 배치 전략", 첫 번째와 두 번째 전략이 실패한 경우,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가능성과 그 강도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모임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과 앉는 자리도 멀찍이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하고만 이야기하여 그 사람과의 대면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넷째, "상황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 전략", 예를 들어, 아까 그 불편한 사람에 대해 저 사람 알고 보면 별거 아니고, 내가 싫어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 사람은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음을 인지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서를 조절하고 억제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부정적인 정서를 지속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나의 감정을 공유하고, 단순히 공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지와 위로, 유대감 등과 같은 긍정적인 심리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온전히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의 정서를 이야기함으로써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여 이를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 마음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로 '글쓰기'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는 것이다.

(105p) "나의 정서 상태를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처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글쓰기를 대체로 효과적인 정서 조절 방법이라고 보고한다. (중략) 글쓰기를 통해 제3자의 관점에서 나의 정서 경험을 재평가할 수 있어야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그런 순간들이 자신의 정서 경험을 인지적으로 재평가하는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일시적인 감정 개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의 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감정에 책임지는 방법이다. 현재의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긍정적인 정서 상태로 전환하는 이유도 결국 긍정적인 정서를 기반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감정은 일시적이지만 그 결과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까워질수록, 결국 일상을 풍부하게 하는 심리적 안녕감, '행복'이라는 단어로 전체 내용이 귀결됨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은 작아 보이는 일상을 풍부하게 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의 일에 집중하며 그 일의 의미를 느끼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에 감사하고, 현재를 향유하라."

(200p) "의미 있게 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은 나 자신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져다준다. 순간순간 내 삶에 중요하지 않은 과정은 없다. 내 삶의 일부인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 그 시간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보람이나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해보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개인의 주관적인 심리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인 '행복'을 찾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정서를 조절하여 건강한 정서로의 변화를 꾀하려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켜 행복을 되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 즉 감정에 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내용도 짧고 책도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아 들고 다니며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교양서로서는 최적의 분량과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나의 '감정'이라는 존재를 직접 대면하고 솔직해져 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감정적인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고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시간.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감정과 정서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정서가 아닌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서를 유지하며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함이다. 이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은 바로 내 감정의 의미를 새롭게 찾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감정에 주목할 때 우리 삶은 음악이 된다." 마지막 페이지의 이 말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제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좀 더 주목하며 내 삶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거듭나도록 예쁘게 가꿔보고 싶다.

(213p) "감정은 때때로 나의 삶을 기쁘게도 하고, 더러는 슬프게도 한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듯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율하고 활용하면 나의 인생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삶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으로 연주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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